부산시 '점심시간만 5인 이상' 검토에 "숨통 트여"vs"5차유행 부를라"

노경민 기자 2021. 4. 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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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안정화되면 평일 점심에만 5인 이상 모임 허용 검토"
방역 전문가 "확산세 꺾이면 검토할만..방역 강화 동반돼야"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2021.4.2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선 후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민생 대책을 발표한 자리에서 한시적인 '5인 이상 사적모임'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소상공인과 시민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박형준 시장은 15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제1회 비상경제대책회의' 개최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평일 점심시간에 한정해 5명 이상 모임을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의 경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침에 따라 지난해 12월24일부터 '5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돼 왔다. 5명 이상 모일 수 없게 되면서 생계 고충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약 4개월만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검토 이전이지만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자칫 확산세가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부산에서는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50명대를 웃도는 등 지역 감염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4일부터 발생한 유흥업소 관련 확진자가 이날 기준으로 22일만에 444명으로 증가했다.

확산세는 음식점,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거쳐 복지시설, 가정까지 n차 감염 형태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영업자들 역시 이날 부산시의 발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지역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러냈다.

동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임모씨(31)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단체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1, 2분의 손님만 받을 수 있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5인 이상 모임이 허용되면 또다시 방역에 구멍이 생겨 거리두기가 격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며 "특히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우리 가게 이름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돼지국밥 사장 A씨는 "밤에 술을 마시러 온 단체 손님들로 가게가 바글바글했다. 작년 12월 이후로 타격이 계속 누적됐다"며 "점심시간만이라도 허용된다면 아무래도 매출 손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다만 점심 장사를 하지 않는 업주들은 자신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고기집 사장 B씨는 "어차피 밤 장사만 해서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저녁 시간 때도 풀어준다고 해도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5일 오후 부산시 동구 한 음식점 입구에 '4인 이상 출입 금지' 문구가 붙어있다.2021.4.15/© 뉴스1 노경민 기자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냉담하지만은 않았다. 5인 이상 모임 허용이 5차 대유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시민들과 정부의 방역수칙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이 공존했다.

사하구에서 거주하는 이모씨(20대)는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나오더라도 한두달 정도는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게 맞다"며 "부산시장이라면 소상공인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구 상해거리를 지나던 이홍규씨(46)는 "4인이나 5인이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방역수칙 자체보다는 개개인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기보단 수칙을 지키지 않을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C씨는 "상황이 안정되면 규제를 풀어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평일 점심시간만 풀어준다고 과연 소상공인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겠나"며 "해제하려면 전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5인 이상 모임을 허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은 자칫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방역 조치를 단계적으로 푸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동식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5인 이상 모임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실제로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방역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나마 부산이 2단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확산세가 조금 꺾이면 평일 점심시간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푸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해볼만 하다"며 "무작정 풀기보다는 칸막이 설치 등 다른 방역수칙을 강화하는 방향도 함께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확산 여파가 어느 정도 잡히면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병선 부산시 복지건강국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의 개편으로 집합금지 인원 등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다면 오늘 논의됐던 내용(5인 이상 모임 허용 검토)을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중앙정부와의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만약 부산시라든지 특정 지자체가 어떤 조치를 취할 때는 중대본 회의를 통해서 충분히 조율하고 합의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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