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화이자 5,000만회분 싹쓸이 할때, 한국은 "검토중"만 반복하며 '백신 희망고문'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2021. 4. 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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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백신 확보전 치열
EU 화이자 18억회분 추가 협상에
남아공도 1,000만회분 확보 성공
정부는 "살피겠다" 원론적 대답만
8월 해외백신 위탁생산 공개했지만
종류 등 구체적 정보는 제공 안해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 체육관에 설치된 수원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만 7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각 국가가 경쟁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협의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해 ‘백신 공급 절벽’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스스로 국내 민간 제약사의 해외 백신 위탁 생산 계획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정보는 “기업의 계약 사항”이라며 밝히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간) 화이자 백신 2,500만 명분(5,000만 회분)을 예정보다 이른 2분기에 받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올 4분기에 도입할 예정이던 물량을 2분기로 앞당긴 것으로 기존 2억 회분에서 2억 5,000만 회분으로 늘었다. AZ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미국 당국의 얀센 백신에 대한 사용 중단 권고로 백신 접종 시행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화이자 백신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EU는 이와 별도로 화이자와 2021~2023년에 백신 최대 18억 회분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도 시작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화이자 백신 1,000만 회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얀센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하면서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약 물량을 늘린 것이다.

미국계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자국 공급에 앞장서고 있다. 모더나가 오는 7월까지 약 2억 회분의 백신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초 올 2분기로 예정됐던 국내 도입도 10월께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화이자는 “백신 생산량 증대에 따라 미국에 5월 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백신을 계약 물량보다 10%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각국이 안전성과 효능이 모두 입증된 화이자·모더나 백신 도입 물량을 늘리거나 시기를 앞당기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발 빠른 협상과 물량 확보에 성공하고 있는 국가들과 달리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선언’만 반복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아직 국내에는 얀센 백신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미국 상황을 지켜보고 국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미국의 결정 사항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백신 추가 구매 계획과 관련해서는 이날도 “검토 중이다” “살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실제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백신 종류를 특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도 사용 및 허가 동향을 살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보건소에서 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이날 정부는 국내 민간 제약사의 해외 백신 위탁 생산 계획을 공개하면서도 백신 종류와 국내 도입 여부 등 구체적 정보는 설명하지 않아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백신 공급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고 무리하게 기업 정보를 알렸다가 오히려 논란을 키운 것이다. 백 팀장은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라며 “8월부터는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업 간 계약 사항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최대한 빨리 서면으로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불과 약 2시간 후에 “아직 계약 전이라 공식적으로 안내해 드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성급한 발표로 주식시장에서 일부 회사의 주가가 요동치기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날 백신 관련주로 꼽히는 녹십자(006280)의 주가는 전날보다 10.15% 상승했고 에스티팜(237690)(5.20%), 바이넥스(053030)(7.82%), 한미약품(128940)(4.69%)도 모두 상승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과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국립보건연구원장으로서 국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있어 기대 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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