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안되는 코인..금융당국 우물쭈물하다 투기판 키워
금전으로 분류 안된 가상화폐
유사수신행위로 처벌도 못해
맡긴 코인 운용방식도 깜깜이
가치 하락땐 큰 손실 불보듯
사업자 신고기한인 9월 이후엔
중소거래소 폐점·피해 우려
◆ 블랙홀 된 가상자산 ◆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나 '금융투자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5일 가상자산에 대해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큰 특징이 있다"며 "가상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 관련 대출 등 금융 안정 위험이 커진다"고 염려했다.
정부는 대신 지난 3월부터 거래소 등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 '특정금융정보법'으로 가상자산 업계를 우회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등은 오는 9월 25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으면 폐업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소 신고 절차를 앞두고 최근 사기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만일 거래소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신고를 못하게 되면 해당 거래소를 통해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의 핵심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갖춘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네 곳에 불과하다. 가상자산을 맡기면 고금리를 주는 투자상품은 '깜깜이'로 운용돼도 규제가 없어 운용사들이 망하면 투자자들이 투자한 코인 전액을 잃을 염려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거래소를 믿고 맡기지만 정작 거래소들도 운용 방식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다.
최근 인기를 끄는 '스테이킹(staking)'과 '예치' 상품은 은행 예금처럼 가상자산을 맡긴 뒤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스테이킹은 소비자가 가상자산을 맡긴 보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지급한다. 반면 예치 상품은 일종의 펀드 개념이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소비자와 가상자산 운용사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운용사가 코인을 굴려 이자를 준다. 통상 스테이킹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따라 연이율이 달라지는 반면 예치는 운용사가 고정된 이자를 지급한다.
블록체인 자문을 주로 하는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고수익의 연이자를 지급하는 작은 규모의 가상자산 스테이킹 상품은 가격 변동도 심하다"며 "예를 들어 100만원어치 토큰 100개를 연이율 100%라서 200개로 받았는데 토큰 가격이 10분의 1로 돼 100만원이 20만원으로 떨어지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액 이상 손해를 보면 거래를 중단하는 등 내부적인 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해외 사례처럼 고객 자산에 대한 안전한 보관 의무와 보안 시스템 구축·관리 의무, 손해배상 관련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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