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10년만에 존폐 갈림길..일단 상장폐지 면했다

윤원섭,서동철,홍혜진 2021. 4. 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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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회생절차 개시
법원, 구조조정 감독관 파견
공동관리인은 선임 않기로
업계 "6~7곳이 인수 관심"
HAAH·에디슨모터스 등 거론
쌍용차 증시서 상폐위기 면해
법원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15일 결정했다. 쌍용차는 2011년 회생절차를 졸업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한주형 기자]
법원이 쌍용자동차의 기업회생 개시를 결정했다. 쌍용차는 2011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결국 다시 법원 관리하에 들어가게 됐다. 쌍용차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다. 15일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는 이날 오전 쌍용차 회생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지난해 12월 회생 개시 신청을 한 지 약 넉 달 만이다.

관리인은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으로 결정됐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투자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공동관리인을 선임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정 전무만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대신 법원은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을 1명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위원은 한영 회계법인이 맡는다. 조사위원은 기업 실사를 진행해 쌍용차의 채무를 비롯한 재무 상태 등을 평가해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보고서로 제출한다. 조사위원이 회생절차를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청산 보고를 할 수도 있다. 기업 회생을 위한 첫 관문인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 규모가 3700억원에 달한다는 점 등에서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청산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존속가치를 면밀히 따지기보다는 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쌍용차의 파산으로 실업자 2만명이 대거 양산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쌍용차 회생을 위해 정부가 당장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쌍용차의 회생절차 돌입이 채권단의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자금 지원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은 셈이다. 은 위원장은 이날 증권사 대표 등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가 지금까지) 신규 자금을 안 주고도 차를 판 자금으로 굴러갔는데 그런 정도가 되면 굳이 채권단이 돈을 줄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아니라면 한 달, 두 달, 석 달, 여섯 달 뒤 어떻게 되는지 흐름을 예측할 것인데 채권단이 (자금을) 줄 것이냐, 안 줄 것이냐 하는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은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필요시 정부, 지자체 등과 협의해 후속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이날 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앞서 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조기 졸업하도록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비록 P플랜(단기법정관리)에서 '인가 전 M&A'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추진 시기만 달라질 뿐 회생절차 개시를 전제로 M&A를 추진해 회생절차의 조기 종결을 도모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가 전 M&A 방식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법원의 M&A 준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와 보다 신속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인수 의향을 보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6∼7곳이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HAAH오토모티브 이외의 인수 희망자에 대해 언급을 피했던 쌍용차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현재 공개된 인수 희망자(HAAH오토모티브) 이외에도 또 다른 인수 희망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인수 의향을 보이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노조도 법정관리 개시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노조는 법정관리 시작과 함께 쟁위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노조 간부와 대의원을 중심으로 피켓시위 진행을 마련하는 등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관리인으로 정 전무가 선임된 배경에 노조가 예 사장의 선임을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조의 이 같은 대응은 과거 이른바 '쌍용차 사태'에 대한 기억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1월 기업회생 당시 법원은 회사의 회생을 위해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쌍용차는 같은 해 4월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 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이후 노사 간 극심한 갈등이 이어졌고 9년 만인 2018년에야 해고자 전원 복직으로 겨우 봉합됐다.

이번에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지만, 노조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데다 관리인인 정 전무가 친노조 성향인 점을 고려하면 이전과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에 따라 임금 삭감과 생산 효율 제고 방안 등이 회생 계획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쌍용차는 이날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쌍용차는 이날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와 관련해 내년 4월 14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윤원섭 기자 / 서동철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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