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으로 생긴 항체, 5개월 지나면 대부분 효과 없다
독일 신경퇴행질환 센터,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자에게 형성된 항체가 어느 정도 재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는 대유행 억제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이는 감염으로 생긴 중화항체의 방어 면역이 얼마나 오래 강하게 지속하느냐에 달렸다.
신종 코로나의 감염 후 항체 형성과 면역 유지 기간 등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염자에게 형성된 중화항체가 4~5개월만 지나면 확연히 감퇴해 대부분 재감염을 막지 못한다는 게 요지다.
지난해 상반기 1차 코로나 대유행 당시 독일 본(Bonn) 지역 주민들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것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독일 신경퇴행질환 센터'(DZNE) 과학자들은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해 4~6월 성인 5천300여 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SARS-CoV-2) 항체 검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주민 건강 상태를 조사하는 DZNE의 '라인란트 연구'(Rhineland Study)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연구팀은 확인된 항체가 신종 코로나에만 작용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1차로 양성 반응을 보인 피검자에 대해 PRNT(plaque reduction neutralization test) 검사를 추가로 했다.
이는 혈관 내 퇴적물(plaque)을 줄여서 중화 효능을 테스트하는 걸 말한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중화항체가 생긴 피검자는 모두 22명으로 전체 피검자의 0.42% 불과했다.
흥미롭게도 항체 형성자의 다수는 경증 또는 무증상 감염자였다.
연구팀은 항체 형성자 비율이 이렇게 낮은 것에 대해 1차 대유행 때여서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항체가 생긴 피검사를 대상으로 작년 9월(1차 검사 4~5개월 후)에 다시 항체 검사를 해 보니, 대다수는 이미 항체가 많이 쇠퇴해 있었고, 특히 4명은 거의 항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해석하면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생기는 중화항체는 길어야 5개월 안에 중화 능력을 상실한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나왔다.
미국 보스턴 소재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저널 '셀'(Cell) 논문에서, 중증도가 '중간'과 '약함'에 해당하는 코로나19 환자의 약 20%만 감염 후 몇 달간 중화항체를 유지한다고 보고했다. 나머지 경증 환자는 회복 후에 항체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듀크대와 국립 싱가포르대가 공동 설립한 '듀크-앤유에스 의대'(Duke-NUS Medical School) 연구진은 지난달 '랜싯 마이크로브'( Lancet Microbe) 논문에서, 코로나19 환자의 11.6%는 아예 항체가 형성되지 않고, 26.8%는 항체가 생겨도 빠르게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환자의 약 40%가 회복한 뒤에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DZNE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만 갖고, 감염 후 생긴 항체의 감퇴가 전체 면역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유추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아마드 아지즈 박사는 "인간의 면역계는 병원체와 맞서 싸울 다른 무기를 갖고 있다"라면서 "항체가 빠르게 감소해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포 면역 반응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란트 연구' 책임자인 모니쿠 브레텔러 교수는 "어떤 사람은 코로나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심하게 아픈 원인을 규명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라인란트 연구를 통해 구축한 데이터가 코로나 감염의 결과를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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