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난상토론.."ESG 잘하려다 적자나도 투자해주실 겁니까"
뜨거웠던 1차 자문회의
"ESG경영 거부할 수 없지만
중소기업엔 무거운 숙제
이론-현장간 괴리 극복해야"
한국경제신문이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ESG 경영포럼’ 자문회의는 뜨거운 토론의 장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ESG 경영에 대한 평소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ESG 경영 정보 더 필요해”
이형희 SK그룹 SV위원장은 “ESG를 왜 하는지는 알겠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기업들의 고민”이라면서 “기업으로선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난제들만 가득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ESG 측정 기준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한경의 ESG 평가 기준도 한국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세계 흐름과 연동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사장)은 한경 ESG 경영포럼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우선 “ESG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 강하다”면서 “현재는 공시와 지속가능보고서 수준에서만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데, ESG 경영포럼이 더 많은 정보를 기업에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황종현 SPC삼립 사장은 “식품업계는 ESG 경영에 있어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게 현실”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오늘 이 자리가 식품 기업이 ESG의 중요성과 방향성을 느끼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은 “한경이 ‘한국형 평가모델’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현대일렉트릭도 올해는 ESG 경영을 대외적으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석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ESG는 재무, 인사, 생산, 연구개발 등 기능적으로 안 걸리는 분야가 없다”며 “현재 ESG 담론에서 가장 큰 위험은 이론과 현장이 괴리될 수 있다는 것인데, 한경 ESG 포럼을 살펴보니 기업의 아픈 지점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했다.
“RE100 달성이 중장기 목표”
ESG 경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한 CEO도 많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019년 LG화학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1060만t인데, 2050년까지 이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2050년까지 줄일 예정인 이산화탄소 3000만t은 내연기관차 1250만 대가 뿜는 CO2양과 같다”고 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기차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 등 친환경 전략을 세우고 세계 모든 공장에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이용하는 ‘RE100’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KT는 수많은 기지국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과 탄소저감이 중요한 문제”라며 “여러 해 전부터 기술개발에 투자해 탄소배출을 대거 줄였고, 이를 통해 남은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매년 수십억원씩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중선 포스코 대표는 “철강산업이 CO2 감축 등 ESG를 선도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석탄 대신 수소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와 국책 연구개발(R&D) 등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지역사회, 소상공인과 협력”
박승덕 한화종합화학 대표는 “9년째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활동을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며 “회사별로 ESG 경영에 대한 준비 상태가 달라 공동의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김용섭 효성티앤씨 사장은 “서울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버려진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리젠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며 “부산시와도 조만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은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10여 년 전 방문하니 현지 관계자가 리사이클(재활용) 원단을 쓰느냐고 묻더라”며 “그때부터 정신이 번쩍 들어 전 세계 리사이클 원단 공장 60개를 돌다가 4년 전부터는 직접 투자해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ESG는 실천”이라며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건준 BGF리테일 사장은 “전국 1만5000여 개 가맹점주들이 같이 참여하면 효과가 커지고, 그분들이 민간 ESG 전도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신선식품을 배송할 때 회수 가능한 에코백을 도입하는 등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한신/김형규/송형석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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