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설득력 으뜸"..로펌, 경제전문가 모시기

홍혜진 2021. 4.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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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법경제학센터 출범
美공정위 출신 박사 모셔와
광장, 경제컨설팅그룹 갖춰
대형 법무법인들이 경제분석에 몰두하고 있다. 입체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종 산업 분야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광장과 태평양은 법무법인 내 자체 경제분석 연구센터까지 갖췄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지난달 '법경제학센터'를 출범시켰다. 경제분석이 활용될 수 있는 각종 산업 분야에서 차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등 민관에서 30여 년간 경제분석 전문가로 활동한 신동준 박사 등 경제학 박사·연구원을 비롯해 공정거래, 증권, 방송통신, 형사 분야 변호사와 회계사 약 20명으로 구성됐다.

경제학에 입각한 정확한 사안 분석은 법정에서 큰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일례로 2014년 A기관이 건설사 6곳을 상대로 "입찰 담합을 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태평양은 건설사 측을 대리해 올해 1월 승소 결과를 받아냈는데, 이 과정에서 태평양 측 경제분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기관은 법원 감정인이 추정한 감정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담합으로 인해 157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태평양은 △분석대상 자료와 비교대상 입찰 사례 선정이 적절했는지 △분석모형이 공사 입찰시장에서 가격 형성 요인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등을 검토해 감정인의 감정 결과에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이에 근거한 원고 측 주장은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이고 건설사 측 손을 들어줬다.

태평양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 등 정부 기관에서 담합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법경제학센터에서 손해배상 측정 분석 등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연구를 전담한다"고 밝혔다.

설립한 지 한 달에 접어든 법경제학센터는 현재 공정거래 관련 경제분석을 주로 수행하지만, 입법 전 단계에서 법안 효과를 예측해 분석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 신 박사는 "국내에서 입법 관련 연구는 현재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 연구도 다양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며 "법과 경제 접점에서 민간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경제분석을 전담하는 내부 싱크탱크를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처음 설립한 곳은 광장이다. 광장은 2015년 일찌감치 경제분석 전문가들을 영입해 캐피털경제컨설팅그룹(CECG)을 만들었다.

CECG는 공정거래, 지식재산권, 금융·증권 분쟁 등 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한 사건과 관련해 경제분석과 자문을 전담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에서 20년간 공정거래 관련 경제분석을 해온 홍동표 박사가 CECG를 이끌고 있다. 다른 로펌이 광장 CECG에 연구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광장 관계자는 "우리나라 공정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 법무부·연방거래위원회(FTC), 영국 공정거래국(OFT) 등 해외 경쟁당국이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금융규제당국에서는 경제분석을 담당하는 경제학자가 다수 참여하고 있고, 조사 대상 기업은 이에 대응해 경제분석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법률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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