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잘리고 혀 베이고"..미용 실습견 알리다 '고소' 당했다

남형도 기자 2021. 4. 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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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미용학원서 학대 당하는 개들 실태 알렸다가 학원 측이 '고소'..제보자 "아껴줘야 할 생명인데" 눈물
A씨가 다녔던 모 미용학원서 찍은 미용실습견. 한겨울에도 찬물로 목욕하는 개들이 많았다고 했다./사진=A씨 제공

강아지 7마리 엄마, 처음엔 반려견이 좋아 미용을 배우려던 것뿐이었다.

처음에 A씨가 모 애견미용학원에 간 계기는 그랬다. 처음 간 건 2년 전이었다. 배움이 늘자, 실제 반려견으로 하는 반이 됐다. 지나다니며 반려견들이 힘들어하는 걸 봤었다. 자신이 없어 학원을 그만뒀단다. 시간이 흐른 뒤, A씨는 독하게 마음 먹고 다시 학원에 갔다. 길게 보자고, 그래서 보호소에서 자원 봉사도 하자고, 그런 마음이었다.

"살이 베이고 귀가 잘리고 혀도 잘립니다"
/사진=A씨 제공
그리고 모 애견미용학원서 보고 겪었다는, A씨 얘긴 이랬다.

농장에서 길러진 번식견으로 실습을 했다. 상주하는 개들이 있고, 학생 수에 맞춰서 오곤 했었다.

실습 과정에서 살이 베였다. 귀가 잘리기도 했다. 혀가 잘리기도 했단다. 기를 꺾는다고 관절을 뒤트는 강사도 있었다. 가위에 살이 파인데 또 파이기도 했다. 기계가 살을 파고 들어 피가 나기도 했단다. 빗으로 눈 앞에 있는 살을 긁어 피가 나기도 했다. 발가락 사이가 찢어지기도 했다. 귓털을 뽑을 때였다. 어차피 아플 것, 한 번에 다 뽑으라며 강사가 뽑았다. 처절한 울음 소리가 났다고 했다.

추운 겨울이었다. 몇몇 개들 빼곤 대부분 찬물에 목욕을 했다. 찬 샤워기를 몸에 붙여야 했단다. 환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놔서 더 추웠단다.
이미 기가 죽을대로 죽어 대체로 다루기 쉬운 개들이라 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잘 안 했다. 싫어도 시키는 대로 했었다. 그러다 싫어서 얼굴을 빼면, 턱 밑으로 힘껏 잡아당기는 이도 있었다. 공포에 질려 있는 개들이 많았다.

A씨는 실습견들을 보며 가슴 아파 우는 날이 많았다. 학원에 다니면서도, 집에 와 유튜브를 보고 설명을 듣고 배웠다. 결국 최고 높은 자격증까진 다 못 따고, 학원을 그만뒀다. 더는 다닐 수 없어서였다.

다녔던 미용학원 실태 알렸다가, 학원 측에서 '고소' 당해
/사진=A씨 제공
해당 학원을 그만둔 뒤 그가 보고 느꼈던 문제들을 SNS를 통해 알렸다. 미용 실습견 학대 문제가 공론화 됐다. SNS 댓글로, 기사 댓글로, 각자 애견미용학원에서 겪었다는 일들을 남겼다. A씨가 제보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됐다. A씨는 15일 다녔던 모 애견미용학원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서 연락이 왔다. 학원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더라"라고 했다. 각오는 했는데, 막상 전화를 받으니 몸이 떨렸단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가 처음 알리기로 맘 먹었던 건, 학원을 단지 벌해달란 취지가 아녔다. 이런 문제가 있었단 걸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용기내 알린 것으로 인해 힘듦을 겪고 있다. 이 소식을 듣고 A씨를 지지하는 이들은 "함께 싸우겠다, 적반하장"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미용학원 감독, 철저히 할 규정 마련해달라"
애견미용학원의 동물학대를 조사하고 처벌하고 관리감독해달라는, A씨의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7523). 5월12일까지다./사진=남형도 기자
A씨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은 이랬다. "생명이란 생각을 갖고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요. 아니, 더 조심해줘야 하고, 아껴줘야 할 아이들입니다. 학원에서 기술만 가르칠 게 아니라, 생명을 어떻게 다뤄줘야 할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 바람은 이랬다. 반짝하고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7523)도 올렸다. 정부와 지자체서 반려견 미용학원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달란 거였다. 혹여나 더 고통 받고 있을 개들을 살리겠단 마음이 담겼다. 3일전 시작한 청원인데, 아직 9400여명만 동의했다.

A씨와 대화하는 와중에 몇 번씩 멈추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가 몇 번이고 울어서였다. 마지막 말은 이랬다.

"미용을 안 하려고 빼는 아이들보다, 눈에 초점도 없는 아이들을 보는 게 더 아팠습니다. 삶에 대한 의욕조차 없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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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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