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채워주는 두 大家..뒤메이·피르스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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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과 건반악기가 연주하는 이중주를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부른다(바이올린 홀로 연주하는 소나타는 앞에 '무반주'가 붙는다). 바흐 이후에 주도권은 건반악기 쪽으로 옮겨갔다.
베토벤 소나타 9번 '크로이처'에서 뒤메이의 바이올린과 피르스의 피아노는 불꽃이 튈 만큼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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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과 건반악기가 연주하는 이중주를 바이올린 소나타라고 부른다(바이올린 홀로 연주하는 소나타는 앞에 ‘무반주’가 붙는다). 바흐 이후에 주도권은 건반악기 쪽으로 옮겨갔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는 건반에 바이올린이 딸린 모양새였다. 베토벤은 바이올린의 중요도를 끌어올려 피아노와 동등하게 만들었다.
열 곡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구분해보면 9번까지는 시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1번~3번인 Op.12-1, 2, 3번이 1797년, 4번 Op.23이 1800년, 5번 ‘봄’ Op.24가 1801년, 6번~8번인 Op.30-1, 2, 3번이 1802년, 9번 ‘크로이처’ Op.47이 1803년에 나왔다. 10번 Op.96은 그 9년 뒤인 1812년 작곡돼 훗날의 슈만이나 브람스의 작풍을 예견하고 있다.
유명한 작품이라 개별 소나타의 음반도 많고 전곡반도 상당수다. 크리스티앙 페라스(바이올린)와 피에르 바르비제(피아노)의 녹음(EMI)이 1950년대를 대표하고, 다비트 오이스트라흐와 레프 오보린의 연주(필립스)가 1960년대를 대표하는 명반이라면 1980~1990년대는 기돈 크레머와 마르타 아르헤리치(DG)의 사이클을, 마지막으로 2000년대 이후는 여기에 소개하는 오귀스탱 뒤메이와 마리아 주앙 피르스의 연주(DG)를 명반으로 들 수 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런던의 헨리 우드 홀에서 녹음했다.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는 앙리 비외탕, 외젠 이자이, 조르주 에네스쿠, 알프레드 뒤부아, 아르투르 그뤼미오로 이어진 프랑코 벨기에 악파의 후계자다.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미를 특징으로 한다. 포르투갈 출신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는 일찍이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일컬어졌고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에서도 촉촉한 감성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이뤄낸 연주자다. 뒤메이와 피르스, 이 둘의 결합은 모차르트, 드뷔시, 프랑크, 그리그, 브람스 등 수많은 실내악 연주에서 성과를 냈다.
뒤메이와 피르스의 활약은 작품마다 다른 옷을 입은 것처럼 색깔이 다르다. 각각의 소나타들이 각기 다른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연주는 극적이고 다채롭다. 소나타 5번 ‘봄’에서는 특유의 부드럽고 우아한 톤이 돋보인다. 잘 다듬어진 음색과 세련된 마무리, 그러나 외유내강의 표현력. 그 모든 것이 적재적소에 위치한다. 소나타 8번 1악장에는 빠르고 급격한 템포의 추진력과 급속한 다이내믹의 변화가 소년의 장난처럼 유쾌하다. 베토벤 소나타 9번 ‘크로이처’에서 뒤메이의 바이올린과 피르스의 피아노는 불꽃이 튈 만큼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소나타 10번에서는 뒤메이의 음색은 지상의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드럽고 가벼운 미풍 같은 연주를 들려준다.
뒤메이와 피르스의 해석을 가만히 살펴보면 상호 보완적이다. 뒤메이가 기교적일 때 피르스는 인간적으로 끝을 마감한다. 뒤메이가 요염하고 화려함을 뽐낼 때, 피르스는 모성애적인 감싸안음으로 연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요컨대 상대방을 실시간 관찰하고 배려하는 사려 깊은 시선이 두 명인이 가진 실력의 산술적 결합 이상의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낸다. 감칠맛 나는 DG의 음질도 살아 움직이는 연주의 생동감에 일조한다.
류태형 < 음악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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