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덮죽 · 해운대암소갈비집..맛집 표절 끊이지 않는 이유
경북 포항 죽도시장 북쪽 건너편 골목 안엔 의외의 풍경이 있다. 아스팔트 바닥엔 꽃이 그려져 있고 상점 벽면은 각종 조형물과 벽화로 꾸며 있다. 포항시가 구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조성한 거리에 회화와 조각, 공예 등 다양한 분야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빚어낸 풍경이다. '꿈틀로'라고 이름 지은 이 거리에 최민아 대표가 운영하는 '더 신촌's 덮죽'(덮죽) 식당이 있다.
골목식당 방송 이튿날 덮죽 상표출원자, 20건 넘는 상표출원 이력
하지만 최 대표는 여전히 덮죽에 대한 상표권을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논란을 빚은 프랜차이즈 업체와 별개로, 이 모 씨라는 사람이 나타나 '덮죽'을 상표 출원한 것이다. 골목식당 방송 이튿날 이뤄진 일이었다. 최 대표는 이 씨의 덮죽 상표 출원 시도를 남의 입을 통해 들었다. 한 손님이 이 씨를 거론하며 "그분은 혹시 가족이냐" 물어 비로소 알게 됐다는 것이다.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보면 이 씨는 과거부터 꾸준히 20건 넘는 상표권 출원 시도와 등록을 해온 것으로 나온다. 우유 음료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가 한 차례 거절당한 것을 빼면 이 씨의 출원 분야는 주로 미용기기와 화장품, 건강식품에 집중돼 있다. 명신특허법률사무소 손인호 변리사는 "이 씨가 골목식당 방송 다음날 덮죽 상표권을 출원한 점과, 기존 상표출원 이력이 화장품 등에 편중된 것을 봤을 때 실제 사용 의사는 별로 없는 상태에서 덮죽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표 선점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SBS 취재 시작 뒤 이 씨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 씨 남편은 자신을 변리사라고 소개하며 "상표법에 관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골목식당은 본 적도 없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평소에 자주 다녔지만 지금은 없어진 죽 전문 식당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하고 있는 죽에 쓰기 위해 덮죽이란 이름을 떠올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포항 덮죽 식당 최 대표는 급한 대로 가게 상호와 메뉴를 상표 출원한 상태다. 최 대표에 앞선 이 씨의 덮죽 상표 출원에 대해선 특허청 심사가 진행 중이다.
'원조집' 넘쳐나는 이유…해운대암소갈비집은 어떻게 짝퉁을 물리쳤나
부산 해운대구 유명 맛집 해운대암소갈비집도 상표권 보호를 못 받는 경우다. 60년 가까이 한 곳에서만 대를 이어 운영된 식당으로, 코로나 이전엔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혔던 이 집 옥호는 상표 등록이 안 된다. '해운대'라는 지명과 '암소갈비'라는 보통명사에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다. 이러다보니 아예 이 가게 이름을 통째로 가져다 쓴 요식업자까지 나타났다. 재작년 3월 서울 용산구에 같은 이름을 한 식당이 등장한 거다. 이 업자는 강남구에 분점까지 냈다.
용산 식당은 식당 이름을 넘어 간판의 서체 등 외관은 물론 음식 차림새까지 모두 비슷했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 윤성원 대표는 서울서 찾아오는 단골들의 "서울에 분점을 내셨느냐"는 질문을 듣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도둑맞은 기분"이었다는 윤 대표는 서울 식당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식당 명칭에 딱히 식별력이 없고 이 식당이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다는 이유였다.
소송이 답?…진척 없는 정부 '소상공인 상표 도용 실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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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12 8뉴스] '덮죽' 상표 주인 따로 있다…먼저 등록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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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규 기자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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