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대 명절'을 보는 세 가지 관전 포인트
4월 15일, 오늘이 북한에서는 '최대의 명절'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이른바 '태양절'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는 건데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행사가 취소됐던 지난해와 달리, 요즘 북한은 갖가지 기념행사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 김일성 109회 생일... 평양은 '축제 분위기'
오늘 조선중앙TV는 아침 8시경 방송을 시작해 김일성 주석과 관련한 기록영화, 소개편집물, 특집 등을 줄줄이 방영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도 김일성 주석의 '업적'과 일화들, 김 주석을 그리워하는 주민들의 발언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조선중앙방송은 오늘 저녁 평양에서 청년 학생들의 야회와 축포 발사가 진행된다고 전했습니다.
평양 시내 곳곳에는 '위대한 수령', '영원한 주석' 등의 간판과 기념 조형물들이 설치됐습니다. 또 중앙사진전람회와 근로 단체 소속 예술단체들의 축하공연 등 관련 행사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보도는 15일 오후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北 최대 명절'... 관전 포인트는?
우리 눈에는 낯설기만 한 북한의 '최대 명절',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들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간략하게 짚어봅니다.
① 신포조선소 움직임... 무력시위 나설까?
이번 김일성 주석 생일을 앞두고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이날을 전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2012년 4월 13일 '광명성 3호' 위성 발사라 주장하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2016년에는 4월 15일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을 발사했다가 실패, 이어 4월 23일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을 쏘아 올리는 등 이날을 전후해 군사행동을 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북한의 잠수함 기지로 알려진 신포 조선소에 수상한 움직임들이 잇따라 포착되기도 했었죠. 때문에 일각에선 이 날을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무력시위를 예상하기도 했는데요.
일단 오늘 오후까지 특별한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동향과 관련해 "현재까지 추가로 설명할 만한 활동들은 없다"며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잠수함 제작소인 신포조선소 관련해서도 "추가로 설명할 활동들은 없다"고 함참은 밝혔는데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4일(현지시간)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움직임을 보여 주목됐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용 바지선이 원래 위치인 보안 수조로 돌아갔다고 전했습니다. 38노스는 이 바지선에 미사일 발사관을 교체하거나 이동하는 개량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곧바로 미국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SLBM 시험발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 군사력을 과시하는 모종의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② 美의회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에 반응?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미국 의회에서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화상 청문회를 개최합니다. 미국 의회가 한국 인권 문제로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표면적으로는 전단금지법과 관련한 '한국 내 인권 문제'를 주로 다루는 자리지만, 사실 내용을 뜯어보면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일법한 청문회입니다.
그간 탈북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전단이나 USB, 선전용 책자, 달러 등을 담은 대형 풍선을 북으로 띄워 보내는 등의 활동을 해 왔는데, 북한은 이에 크게 반발하며 지난해 6월 급기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사행동을 예고하기에 이릅니다.
특히 일부 전단의 내용이 김일성 일가, 이른바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며 전국적으로 규탄대회를 여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후 우리 정부는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난해 말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등 살포 행위에 대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미 의회에서 이 법이 한국민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침해한 것 아니냐는 요지로 청문회가 열리는 겁니다. 게다가 이 법을 비판하는 쪽에서 줄곧 주장해 온 '전단을 통한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북한 인권 개선' 등의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의 비난처럼 이 법이 '김여정 하명법'이나 아니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자신들의 반발이 어느정도 반영된 이 법을 미 의회가 문제 삼아, 그것도 하필 북한의 최대 명절이라는 날 청문회를 연다는 건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일일 겁니다.
최근 북한은 지난달 말 EU의 인권제재 논의에 "불순한 정치적 도발"이다, 이달 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보고서의 북한 아동 영양상태 지적에 대해 "황당한 날조"라고 받아치는 등 특히 국제사회의 인권 관련 문제 제기에는 지체없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그런 만큼 북한에선 '신성한 날' 열리는 이번 청문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되는 지점입니다.
③ 최휘·박태성 등장할까... 김여정 자리는?
해마다 이 날이면 북한에서 빠지지 않는 행사가 바로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예식입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번 이날 참배에 참석해 왔는데요.
이외에도 여러 경축행사 등에 김정은 위원장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주요 인사들의 등장 여부와 자리 배치 등입니다.
특히 최근엔 최휘 전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박태성 노동당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이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실각설', '숙청설'이 불거졌는데요. 북한 매체 보도를 기준으로 이 두 사람은 지난 2월 27일 기념 공연에 참석한 이후 모습을 공개활동에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박태성의 경우 노동당 핵심 간부인데도 최근 열린 당 세포비서대회에도 불참해 의문을 낳았습니다. 통일부는 "공개활동이 일정 기간 식별되지 않는다는 것만을 가지고 이들의 신상직위변동 등에 대해서 확인해드릴 만한 사항은 없다"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들이 참배 등 공개활동에 다시 등장할지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또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노동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직위가 강등되면서 당대회 폐막 무렵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넷째 줄로 밀려났던 김여정이 이번에는 어느 자리에 설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입니다.
■ 미일정상회담·대북정책 발표 임박... 북미 관계 '변곡점' 될까
어쨌든 이번 김일성 주석의 생일은 매우 민감한 시기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당장 내일(16일)부터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의 첫 미-일정상회담이 열리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조만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보란 듯이' 성대한 경축 행사들을 열며 체제의 강고함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최대 명절'을 보내면서도 북한 역시 정세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이 시기, 미국 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효용 기자 (utili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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