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거대한 똥?' 돌체앤가바나로 돌아보는 패션업계의 동양인 차별
지난 13일 이탈리아 지상파 채널 카날5의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트리샤라 노티치아(Striscia la notizia)’ 진행자 게리 스코티(Gerry Scotti)와 미셸 훈지커(Michelle Hunziker)가 양 눈을 찢는 동작을 하며 동양인을 비하해 논란이 일었다.
이어 RAI의 중국 베이징 지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자국 공영방송사 ‘RAI’의 이름을 여러 차례 ‘LAI’에 가깝게 발음하기도 했다. 이 역시도 동양인이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박힌 비하적 행위였다.
이같은 동양인 비하 언행이 담긴 장면은 패션업계 내부 고발 인스타그램 계정인 ‘다이어트 프라다’ 등을 통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미셸 훈지커는 그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사과했다.
특히 그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트루사르디’의 회장 토마소 트루사르디의 아내이자 배우 겸 모델로 이탈리아에선 이미 유명인사로 통한다.
패션업계에서는 대체 왜 이같은 동양인 비하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일까. 특히 패션업계에서는 흑인 차별, 동양인 차별 등 잦은 인종차별로 왕왕 갈등을 빚었다. 이에 대한 분석으로 전문가들은 문화적 몰이해를 비롯한 문화다양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수년사이 아시아인들은 명품 브랜드의 최대 소비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중국은 럭셔리 시장에서의 충성도가 높아 브랜드 매출의 40-5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행되는 지속적인 동양인 비하 및 차별 발언은 그들로 하여금 ‘불매 운동’을 확산시켜 사실상 퇴출 위기에 놓이게 했다.
이는 최근 ‘동양인 비하’로 도마 위에 올랐던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 and Gabbanna)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2018년 ‘동양인 비하’ 논란으로 혼쭐이 난 바 있다. 돌체앤가바나가 ‘역사상 최대의 쇼가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상하이 패션쇼는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하나의 광고 영상 때문에 돌연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논란이 된 해당 광고 영상은 중국 문화를 상징하는 붉은 색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곧이어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여성 모델이 젓가락으로 이탈리아 음식인 카놀리를 먹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곧바로 모델이 젓가락으로 카롤리를 먹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심지어 나레이터는 “외국 요리가 너무 크다”며 아시아인들의 성기 크기에 대한 고정 관념을 암시하고 조롱하는 수준으로까지 전락했다.
이에 돌체앤가바나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양 문화를 우스꽝스럽게 모욕했다는 논란에 휩싸임과 동시에 가바나가 과거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을 비하한 발언이 알려지며 중국인들 사이에 돌체앤가바나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심지어 스테파노 가바나는 동양인 차별에 항의하는 네티즌과 SNS로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국은 거대한 똥이다’, ‘무지하고 더러운 마피아’, ‘너희가 없어도 우리는 잘 살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논란 확대를 키웠다.
해당 발언으로 논란 확대가 심해지자 스테파노는 “계정을 해킹당했다”며 “나는 중국과 중국 문화를 사랑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대륙의 분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돌체앤가바나의 공동 창업자 도메니코 돌체(Dominico Dolce)와 스테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는 돌체앤가바나 공식 웨이보를 통해 동양인 비하 논란을 공식 사과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돌체앤가바나는 즉각 문제가 된 광고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으나 비난 여론은 그들의 바람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을 거느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팝스타 리한나(Rihanna)와 론칭한 패션 브랜드 ‘펜티(Fenty)’.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리한나가 내한 일정에 잇따라 지각하며 팬들을 실망시키자 과거 공개한 '치얼스(Cheers)'의 뮤직비디오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해당 뮤직비디오에서 리한나는 두 눈을 양쪽으로 찢는 동작으로 동양인의 가늘고 긴 눈을 비하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며 웃음지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리한나가 동양인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 ‘잦은 지각과 일정 연기가 다 동양인을 무시해서 그런 거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도 국내에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지난해 에스티로더의 모 백화점 지점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파운데이션 세트를 주문한 고객에게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컬러’라며 임의로 다른 색상의 제품을 배송해 물의를 빚었다.
또 이와 관련해 게재한 사과문에서도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한 사과라는 점을 지적하며 ‘성의가 없다’, ‘대충 적은 공지로 퉁치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피해 당사자는 정작 아무 연락도 받지 못 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에스티로더 관계자는 “문제가 된 메시지를 받은 고객에게는 직접 연락을 드리려고 준비 중”이라며 “이번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 인스타그램에 먼저 글을 올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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