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톤 물 위에서 펼치는 춤사위
16일 세종문화회관서 초연
가로 18m·세로 12m 수조 눈길
튀는 물의 역동성, 몸짓에 담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는 가로 18m, 세로 12m 크기 수조가 들어섰다. 무대 전체를 다 채운 크기 수조 위에선 50여 명 무용수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공연의 첫 시작인 하늘과 땅이 나뉘는 태초의 장면에서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우며 물의 존재를 넌지시 알렸다. 새 한 마리를 상징하는 남성 무용수의 독무에서 서서히 감지되던 무대 위 물의 움직임은 이어진 무용수들 군무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용수들의 동작마다 물이 튀어올랐고, 무용수들이 크게 뛰어오르거나 발로 물을 힘껏 찰 땐 객석 앞 줄까지 물이 튈 것 같았다. 실제 리허설을 총지휘하던 정혜진 단장은 무용수가 너무 앞으로 나가자 객석까지 물이 튈 수 있다며 뒤로 물리기도 했다. 물은 공연의 주인공이었고, 어떤 의미에선 또 다른 무용수였다.
자세히 보니 10㎝ 높이 수조 안에는 무용수들의 발이 반쯤 잠길 정도의 물이 채워져 있었다. 수조를 채운 물의 양은 무려 2t. 무용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물이 튀면서 동작의 크기가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철썩' 하고 물이 튀는 소리와 물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는 모습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물로 흠뻑 젖어가는 무용수들의 몸을 보면 물의 촉감까지 관객에게 전달되는 듯했다.
물에도 색이 존재했다. 1장과 2장에선 하얀색이던 무용수들의 복장은 3장 들어 온통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복장 변화가 물에도 투영되며 물의 색 역시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전환된 듯했다. 무용수들 움직임에 따라 튀어오르는 검은색 물은 한층 불길하고 불온했다.
무대장치도 눈길을 끌었다. 무대 뒤편에는 무대와 높이 차이를 둔 3단 세트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곳에 빔프로젝터가 물 흐름의 변화를 알리는 영상을 비추며 입체감을 형성했다. 5장에선 약 2분간 실제 물이 무대 뒤편 가장 높은 곳에서 무대까지 흘러내렸는데, 마치 폭포수가 내려오는 듯했다. 수조는 무대 전체에 비닐포를 설치한 뒤 철제 구조물을 쌓고 다시 비닐방수 코팅을 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물과 함께 열연을 펼쳤다. 물 속에 무릎을 꿇거나 아예 드러눕기도 했고 근처 무용수가 큰 동작을 할 때면 얼굴까지 물을 뒤집어 써야 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물이 배어들며 몸이 무거워질 법도 했는데 동작은 내내 힘찼다.
감괘는 만물의 근원인 물의 의미와 정신을 소재 삼아 풀어낸 창작무용극으로 16~17일 펼쳐진다. 역학에서 감괘는 팔괘(八卦) 중 물을 상징하는 괘가 겹쳐진 모양새다. 감괘 모양을 보면 위도 물이고 아래도 물이다. 험난한 상황이 중첩된 것으로 고난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공연에선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1막 8장의 공연 내내 등장하는 어린 새가 거센 비바람 가운데 날갯짓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뭉클한 감정이 밀려온다.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며 "공연 주제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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