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끄는 주호영..'선수'냐 '감독'이냐

[경향신문]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당대표 출마 염두에 초선 모임·비대위 등서 ‘거취 결정’ 촉구
국민의당과 통합 놓고도 “차기 지도부에 넘겨야” 지적 나와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본인의 거취 결정을 미룬 채 ‘정중동’ 행보를 거듭해 당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선수’로 뛸 인사가 ‘심판’ 역할을 하기 전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추진 방식도 당내 합의 없이 진행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15일 주 권한대행의 거취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태경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 권한대행의 시간 끌기로 혁신 논의를 하기도 전 당권 다툼만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당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본인 거취를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가장 급박한 전제”라고 말했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감독’ 역할을 한다면 불공정하기 때문에 주 권한대행이 거취를 빨리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날 초선 의원들의 의총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 다수 나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주 권한대행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공식 의사결정기구인 비대위에서 합당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과 다른 과제보다 합당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주 권한대행의 방식에 비대위원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일부 비대위원은 “(합당 여부는) 차기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도 주 권한대행의 거취부터 결정하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주 권한대행은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결정 대신 국민의당과의 빠른 통합만 강조하고 있다. 그는 BBS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측과 (통합 관련) 대화가 잘 되고 있다”며 “다음주 중에는 결론도 나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인 국민의당은 주 권한대행의 설명과 달리 ‘신중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주 권한대행은 거취 문제가 당내 논란이 된 상황”이라며 “그 부분(통합)에 대해 국민의힘의 공식적 입장을 말씀하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당장 이뤄지기 쉽지 않은 합당 문제를 주 권한대행이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