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아파트 주민만..' 롯데백화점 폐쇄적 클럽에 주민들 부글부글

맹하경 2021. 4. 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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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 시그니엘 클럽으로 고객님을 초대합니다.'

'시그니엘 클럽이란 대표한다는 뜻을 가진 시그니처(Signature)와 롯데(LOTTE)의 합성어로 평촌점 인근의 대표 아파트 클럽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15일 백화점 업계와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시그니엘 클럽 안내문은 경기 안양시와 의왕시, 군포시, 과천시 내 21곳을 대상 아파트로 명시했다.

시그니엘 클럽은 평촌점 이용객 중 구매금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를 타깃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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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점, 할인 대상 아파트 특정하는 '시그니엘 클럽'
"고객을 아파트로 나누냐" 주민들 부글부글
롯데 "클럽 명칭 바꾸고 대상 확대하겠다"
경기 안양시의 롯데백화점 평촌점. 롯데백화점 홈페이지 캡처

'평촌 시그니엘 클럽으로 고객님을 초대합니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이 배포한 초대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그니엘 클럽이란 대표한다는 뜻을 가진 시그니처(Signature)와 롯데(LOTTE)의 합성어로 평촌점 인근의 대표 아파트 클럽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쉽게 말해 경기 서·남부지역 특정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백화점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클럽에 초청한다는 안내문이다. 평촌점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시그니엘 클럽 가입자를 받았다.

백화점의 지점별 타깃 프로모션은 흔한 마케팅 전략이지만 이번처럼 일부 아파트만 특정해 대상 명단을 꾸리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살고 있는 아파트로 차별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롯데는 뒤늦게 부적절한 표현을 지우고 대상 아파트를 추가하고 나섰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의 '평촌 시그니엘 클럽' 안내문. 롯데백화점 홈페이지 캡처

'OO아파트' 살면 할인? 업계도 '갸우뚱'

15일 백화점 업계와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시그니엘 클럽 안내문은 경기 안양시와 의왕시, 군포시, 과천시 내 21곳을 대상 아파트로 명시했다.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의왕내손e편한세상, 푸르지오써밋 등이 포함됐다. 가입 시 혜택은 롯데카드 5% 할인, 매월 특별 프로모션, 하루 3시간 무료주차 등이다.

일반적인 백화점의 타깃 마케팅은 크게 VIP와 맞춤형 등으로 진행된다. VIP는 연간 구매액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맞춤형의 경우 평소 많이 구매하는 상품을 분석해 관련 프로모션이 있을 때 문자나 앱으로 안내하는 식이다.

시그니엘 클럽은 평촌점 이용객 중 구매금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를 타깃으로 했다. 게다가 클럽 안내문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롯데백화점 홈페이지에 노출돼 있었다. 특정 아파트 거주자가 재방문 비율이 높다는 게 확인되더라도 공개적인 공간에 아파트 브랜드명을 나열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인근 지역 맘카페에서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아파트로 고객을 차별하느냐"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평촌에 사는 한 주민은 "'대표'라는 이름까지 붙이는 건 빈부 계급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도 "개별 안내를 할 수는 있어도 위화감이 들거나 기준이 모호한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로 대상을 나누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의문을 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롯데백화점은 이날 황급히 시그니엘 클럽이란 명칭을 '아파트 클럽'으로 변경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지점이 소비자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이름을 바꿨고 가입 대상 아파트도 확대해서 추가 가입자를 받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코로나발 매출 급감이 무리수 낳았나

롯데백화점 평촌점 관련 안내에서 클럽 이름이 '아파트 클럽'으로 바뀌어 있다. 롯데백화점 앱 캡처

일각에선 클럽 개설 시기가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지난해 9월인 점을 고려할 때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경쟁에서 나온 무리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 서·남부 지역적 특성상 가까운 강남이나 판교의 백화점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 소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평촌은 대형 백화점이 롯데뿐이라 독점하는 수준인데 코로나19 여파에 구매력 높은 고객들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자 집중 공략할 대상을 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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