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수선화 등 봄꽃 12만 본 활짝..'혹한 이겨낸 봄'에 입 맞추다
[서울&] [자치소식] 야외정원 튤립 등 오는 주말 만개 예상
꽃가루 등 확대 촬영 사진 34점 공개
‘토종씨앗 대출 프로그램’ 상시 운영
식물학 역사 소개한 해설 전시도 진행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일요일이면 자연을 찾는 사람에게 이제 다시 좋은 시절이 왔다. 그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새 생명이 움트는 기적을 만끽할 수 있다. … 생각은 많아도 걱정 따위는 하나도 없다.”–헤르만 헤세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중
봄기운이 한창인 지금, 서울시가 오는 6월까지 ‘2021 서울식물원 봄꽃 전시’를 연다. 서울식물원 야외정원과 온실에서 튤립을 비롯한 다양한 봄꽃 12만 본을 선보인다. 온실 기획전시실 수직정원엔 21종의 봄꽃과 관엽식물을, 정원 속 길을 따라가면 제라늄과 수선화, 수국 등이 활짝 핀 자태를 만날 수 있다.
이번 봄꽃 전시에는 ‘식물기록’이란 해설 전시를 함께 진행한다. 식물학 역사와 기록, 학자들의 업적을 곳곳에 설치한 패널에서 읽어볼 수 있다.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훅(1635~1703)이 현미경으로 코르크 세포를 발견하고 ‘셀’(cell)이라 이름을 짓게된 과정이나 또 다른 영국 식물학자 니어마이어 그루(1641~1712)의 <식물해부학> 집필 과정 등 현대 식물학 연구의 근간이 된 학자들을 소개한다.
그 밖에도 온실에서는 바오바브나무, 올리브나무, 망고, 바나나 등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열대과일이 나무에 열린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공중에 설치한 스카이워크에서는 열대나무 잎과 수피를 눈앞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파파야 나무도 현재 열매를 주렁주렁 맺었다.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포토존을 설치한 바오바브나무, 사람 얼굴만큼 커다란 꽃을 만개한 횃불생강, 빨간 꽃을 일 년 내내 피우는 하와이 무궁화는 온실 방문 때 꼭 챙겨 봐야 하는 관람 포인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식물원온실 입장 가능 인원의 30% 수준(200명)으로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주말 오후에는 대기 줄이 발생한다. 평일과 주말 오전(09:30~13:00)에 방문하면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은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이번 전시를 영상으로 제작해 서울식물원 유튜브에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야외정원, 4월 중순 장관 이룰 것”
봄바람이 느껴지는 야외에서는 계절을 더 한껏 느낄 수 있다. 서울식물원 주제정원과 호수원 수변가로에는 색색의 튤립, 수선화 등 12만 본이 일제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땅속에서 겨울을 보낸 튤립, 수선화가 막 개화했다. 마곡나루역에서 온실로 이어지는 길에도 계단 모양의 테트리스 가든을 조성해 라눙쿨루스, 델피늄 등을 전시했다. 주제정원 안 튤립, 알리움도 오는 주말을 기점으로 만개할 예정이다. 서울식물원은 “4월 중순께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제정원에서는 이 밖에도 채진목, 돌배나무, 복사나무, 홍매, 명자나무, 분꽃나무, 윤노리나무 등의 꽃도 지금 만날 수 있다.
한편 봄꽃 전시와 함께 ‘정원지원실’(식물문화센터 1층)에서는 구근식물 전시, 식재법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4월 중순에는 식물판매장에서 튤립을 특별 판매할 예정이다.
정원지원실은 구근식물뿐 아니라 식물관리, 정원 조성 등 다양한 상담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식물 관련 궁금증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방문해 상담받을 수 있다. 식물판매장 튤립 특별 판매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서울식물원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서울식물원은 이번 봄꽃 전시를 6월까지 진행한다. 나아가 ‘식물 종보전의 필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30일까지 ‘씨앗, 아름다움에 반하다’ 사진전도
우리나라 자생식물 씨앗과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확대 촬영한 사진 전시회도 연다. 우리나라 토종 자생식물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협력 사진전 ‘씨앗, 아름다움에 반하다’가 그것이다. 전시 장소는 식물문화센터 1층 씨앗도서관과 프로젝트홀1이며, 오전 10시~오후 5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반도 생태축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식물의 씨앗, 꽃가루를 확대 촬영한 작품사진 등을 선보인다. 백두대간이 우리나라 식물 생태계 보전에 주는 의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서울식물원과 업무 협약을 맺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소장한 사진 34점 등이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물체 표면을 30만 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SEM)을 이용해 촬영했다. 복수초, 얼레지, 개별꽃 등의 씨앗 확대 사진 20점과 개양귀비, 꼬리진달래, 산박하, 백운산원추리 등 꽃가루 사진 14점이다. 금낭화·꼬리진달래 꽃가루를 3500배 확대한 사진과 물봉선 화분을 5500배까지 확대한 사진도 전시돼 맨눈으로 볼 수 없었던 씨앗과 꽃가루의 형태, 돌기, 융모까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씨앗도서관에서는 ‘토종씨앗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선녹두, 북대기콩, 배초향, 목화 등 종자 40여 종 중 원하는 씨앗을 빌려가 채종 뒤 반납하면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씨앗봉투당 3~10개 씨앗이 들어 있다. 반납이 의무는 아니지만 더 많은 시민에게 씨앗을 대출해주기 위해 씨앗도서관은 연중 씨앗을 반납·기증받고 있다.
한정훈 서울식물원장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화려하게 피어나는 봄꽃처럼 코로나19로 지친 시민 여러분의 마음에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늘 새롭고 유익한 식물 전시를 선보여 생활 속 식물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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