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채권단 "정부와 협의해 후속방안 강구"
전문가들 "강도높은 구조조정 필요"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정부가 추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필요시 정부 등과 협의해 후속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쌍용차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한영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임하고 쌍용차 정밀 실사에 나선다. 법원은 쌍용차 자산·재무상황 등을 토대로 쌍용차를 존속시킬지, 아님 청산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회생가치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쌍용차가 제출하는 회생계획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구조조정 등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청산절차를 밟는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라 '회생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개입찰을 통한 다수의 인수후보자간의 경쟁을 유도해 유리한 조건으로 M&A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도 법원이 쌍용차를 청산할 가능성은 낮고 공개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할 유력 투자자로 꼽힌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인수 의지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와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의향을 드러낸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쌍용차는 회생법원이 판단해 결정한다"며 "당장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전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채권단이 검토해 운영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쌍용차는 신규자금 지원 없이도 기업을 운영해왔다. 그게 지금도 가능하다면 굳이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또 은 위원장은 "채권단은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 쌍용차의 모든 자금흐름을 예측해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조만간 채권단이 자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시 정부 등과 협의해 후속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정부 지원을 더이상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가 투자를 받기 전에 산업은행이 먼저 돈을 넣을 수가 없다"며 "쌍용차는 사기업이고, 국민의 혈세를 사기업에 무작정 넣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 금융지원이 이뤄진다면 5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2년 정도 버틸 수 있는데, 이것이 쌍용차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쌍용차에 이미 여러 차례 세금을 사실상 투입했다고 봐야한다"며 "쌍용차에 대해 더 이상의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새로운 구조조정이 이뤄지든지, 아니면 법정관리 하에서 매각 처리하든지 해야 한다. 정 안되면 파산하든지 그 단계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쌍용차가 투자자 유치와 함께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려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구안의 대부분이 원가 절감인데, 해고자 전원 복직이 이뤄지면서 지금 원가가 많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며 "타당한 자구안이 나올 수가 있느냐가 중요하고, 안 되면 강압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에서 감원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다. 그렇게 되면 직원 임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침체해 있던 자동차 시장이 지금 회복기로 가고 있다"며 "그렇다해도 쌍용차가 흑자를 낼 수 있는 계획을 짜는 것은 녹록지 않다. 지금 차량 판매량의 거의 2배 가까이를 팔아야 흑자가 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상태에서는 아무도 쌍용차를 안 사려고 한다"며 "인수 의향자가 오케이할 정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교수는 "법원이 쌍용차의 존속 가치, 청산 가치를 따져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며 "존속가치가 높으면 회생절차를 밟고 청산가치가 높으면 청산에 들어가는데, 지금 방향이 회생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청산을 못 시키게 할 것인데, 그렇게 되려면 군살을 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인력 구조조정은 문제가 되니까 월급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강구될 것 같다"며 "현재 쌍용차 인수 의향을 드러낸 회사들 중에서 HAAH오토모티브가 그나마 낫고, 다른 곳들은 인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대한 군살을 빼고 HAAH를 설득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그렇게 한 다음에 노사합의를 통해 산업은행에 자금 요청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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