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된 작업복 받아든 노동자들 함박 웃음..작업복 전문 세탁소 '광(光)클리닝'
정식 개소 앞둔 광주 하남산단 내 세탁소 ‘광클리닝’
노동자 작업복만 전문 세탁
시, 지역자활센터 위탁 운영
“찌든 때가 깨끗하게 빠지고 다림질에 포장까지 되어 있는 작업복을 받아든 노동자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지난 12일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하남혁신지원센터 내 ‘광(光)클리닝’에서 만난 정지숙 광산구지역자활센터 대리는 이렇게 말했다. ‘광클리닝’은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전문적으로 세탁하는 세탁소다. 정 대리는 “작업 중 묻은 기름이나 화학물질에 오염된 옷을 전문세탁소에서 처음 세탁해본 노동자들이 많다”고 했다.
광클리닝은 광주시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위해 설립, 광산구지역자활센터에서 위탁 운영한다. 지난달 25일부터 문을 열고 시범운영을 하고 있으며 오는 22일 정식 개소를 앞두고 있다.
세탁기 3대와 건조기 3대, 다림질 판, 포장기기, 수선실 등을 갖춘 광클리닝에선 하루 최대 1200벌의 작업복을 세탁할 수 있다. 각 사업장의 작업 특성과 오염도에 따라 작업복을 분리해 1차로 찌든 때 제거작업을 한다. 이어 세탁과 건조, 다림질을 거쳐 옷걸이에 포장한다. 해진 옷은 수선도 해준다.
광클리닝은 현재 하루 50벌 정도를 세탁하고 있다. 광산구지역자활센터 최은철씨는 “시범운영 중이지만 11개 업체에서 광클리닝에 작업복 세탁을 맡기고 있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대기업 대부분 비용 부담
50인 미만 사업장은 아직…
노동자 복지로 인식해야”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건강권과 연관돼 있다. 2018년부터 작업복 세탁소를 추진한 광주시가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80.5%)이 “집에서 작업복을 세탁한다”고 답했다. “회사에서 빨아준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반면 광주 지역 대기업은 대부분 노동자들의 건강권 차원에서 작업복을 회사가 무료로 세탁해준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가정의 세탁기로 작업복을 빠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다. 노동자의 34.4%가 “작업복 세탁 후 유해물질이 가족들의 다른 옷을 오염시킬까 걱정된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작업복 세탁’을 노동자의 몫으로 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용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광클리닝은 세탁비로 여름옷은 500원, 겨울옷은 1000원을 받기로 했다. 현재 회사가 비용을 모두 내겠다고 나선 곳은 10개 정도에 그친다.
광주에 앞서 2019년 11월 문을 연 경남 김해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가야클리닝’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가야클리닝을 이용하는 기업은 현재 35개 정도인데 이 중 70%만이 회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비용은 여름옷은 한 벌당 500원, 겨울옷은 상·하의 각각 1000원이다.
윤은혜 가야클리닝 사회복지사는 “처음에는 세탁소가 대박이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주가 작업복 세탁을 ‘노동자 복지’로 인식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인식이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작업복 세탁소 이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보근 광주시 노동협력관은 “노동자들이 먼저 회사에 ‘광클리닝’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회사가 세탁 비용을 부담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만큼 사업주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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