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욕' 숙명여고 쌍둥이, 왜 분노했을까

박수현 기자 2021. 4.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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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했다.

쌍둥이 자매 중 동생 A씨는 재판 전후에 자신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에게 분노를 표현했다.

앞서 아버지 C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쌍둥이 자매는 "시험 답안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나 학생에게 모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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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아버지 '유죄확정'에도 자매는 "수사·재판과정 불공정" 주장..변호인도 "억측과 추정으로 이뤄진 사건"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지나는 모습. 2018.10.15 /사진=뉴스1

기자: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세요?
A양: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는 동작)
기자: 출석할 때 가운데 손가락 올린 것 맞죠?
A양: 갑자기 달려들어 무례하게 물어보는 걸 직업정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14일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했다. 쌍둥이 자매 중 동생 A씨는 재판 전후에 자신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에게 분노를 표현했다.
쌍둥이 자매, 항소심서도 무죄 주장…학교서는 이미 퇴학
쌍둥이 자매는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해 가만히 앉아 말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직업이 없다"고 말했고, 주소를 묻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쌍둥이 자매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배경엔 '퇴학'과 '아버지의 실형'이 있다. 숙명여고는 2018년 11월 경찰이 자매와 아버지 C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기자 자매의 성적을 '0점' 처리했고,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달 자매를 최종 퇴학시켰다. 현재 최종 학력은 중졸인 상태다.

또 정답 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아버지 C씨는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대법이 C씨가 딸들을 위해 시험지 답안을 유출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면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면서도 "아버지가 3년의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중인 점, 피고인들이 퇴학처분을 받은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쌍둥이 자매, 1심부터 일관되게 '무죄' 주장…"정의가 뭔가"
쌍둥이들은 재판 공정성에도 불만이 많다. 변호인은 전날 "답안 유출의 증거나 흔적이 없는 채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며 수사와 재판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아버지 C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쌍둥이 자매는 "시험 답안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나 학생에게 모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 또한 지난해 열린 공판에서 "안 한 사실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답안을 사전에 인지한 적이 없고, 이를 이용해 시험 응시한 적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아버지 사건 판결은) 어디까지나 관련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에서 쌍둥이 자매에게 장기 3년에 단기 2년을 구형하고 "동생 A양은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고 수사과정에서 성인 이상의 지능적인 수법으로 대응했다"며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거짓말에 반드시 대가가 따르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 "이들이 무죄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들은 이번 '손가락욕' 사건을 '해프닝'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 주장에)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들어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한 가족이 희생양이 돼 대중들의 분노를 소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호소했다.

쌍둥이 자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정 출석과정에서 해프닝이 있었던 모양"이라며 "변호인으로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재판이 끝날 무렵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몇 가지 선입견, 심각한 오류와 사소한 오해가 결합하며 결국 사실과 다른 억측과 추정으로 이어졌다"며 "만약 이들이 무죄라면 오늘 일어난 사건을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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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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