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 아파트 택배 갈등' 해결책은 없나?
전문가들은 주민이 한발 물러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15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고덕동 5000세대 아파트의 택배 개별배송이 전날부터 중단됐다.
택배기사들이 택배물품을 아파트 입구에 놓으면 주민들이 찾아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처럼 '지상공원형 아파트'는 주민들이 보도블록 훼손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제한한다. 이들은 대신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가거나 손수레 등을 활용하라고 요구한다.
택배기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차량 대부분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들어갈 수 없으며 손수레 이용은 노동강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상공원형 콘셉트를 가지고 아파트를 만든 것부터 난센스이며 택배차량을 못들어오게 하고 물품을 택배기사에게 가지고 오라고 하는 건 잘못된 특권의식"이라며 "실버택배 등 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면서 '돈이면 해결된다'는 발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택배 갈등이 계속되자 해법을 찾은 아파트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종, 울산, 창원, 인천 등의 아파트에서 나온 해결책이 눈길을 끈다.
세종시 호려울마을 10단지 아파트는 소형택배차량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고 대형차량은 골프장 등에서 사용하는 전동카트에 물건을 옮겨 배달하고 있다. 전동카트 구매 등 모든 비용은 아파트가 부담했다.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 2월 주민투표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들은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진입 출입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으로 정했다. 차량 속도도 시속 10㎞ 이내로 제한하고 공회전 금지를 위해 시동을 끄게 했으며 동간 거리가 짧은 특성상 각 동 현관문 입구로 이동하지 않고 가운데 통로에서 정차해 물건을 옮기게 했다.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2016년 도입된 실버택배도 해법 중 하나다. 실버택배는 아파트 집하장에 물품을 두면 아파트가 고용한 노인 택배원이 전동카트나 손수레 등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이외에도 무인택배함 설치 등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택배 갈등을 두고 특권의식을 우려한다. 지상공원형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기사의 추가 노동력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민 양보가 필수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임 교수는 "택배기사가 과도한 노동으로 고생하는 건 널리 알려진 일인데 주민들이 이들을 이해 못하면 안 된다"며 "일종의 님비현상으로 택배차량 지상진입이 허용되지 않으면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지 외부나 경계에 택배보관함을 설치해 주민들이 택배를 가져가는 방법이 해결책"이라며 "지하주차장에 보관함을 설치하기도 한다지만 큰 택배차량이 지하로 들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 다른 아파트처럼 택배차를 들어오게 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 상황이 생기면 대개 서로 싸우다 합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이 아파트도 주민 등 당사자끼리 제대로 된 협의를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울산 사례처럼 택배차량 지상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낫다"며 "안전속도를 준수하고 차량에 후방카메라를 부착해 아이들이 오고가는 걸 확인할 수 있게 한다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호려울마을 10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도 택배차량 지상 출입이 제한된 입주 초기엔 택배물품이 경비초소 앞에 쌓이는 문제가 있었다"며 "택배기사도 불만이 많았지만 주민과 토론 등을 거치면서 함께 만족할 개선책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많은 세종시 특성상 안전을 지키면서 택배기사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논의를 통해 도출했다"며 "현재까지 민원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일부 입주민들은 저탑차량을 운영해 배송하는 업체만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택배사와의 합의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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