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10년 만에 또 회생절차..이번에도 살아날까
하아오토모티브, 투자 확약 안 해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 7월1일로
쌍용차, 인가 전 M&A 추진 의사
채권 3700억 부담…업계는 부정적
쌍용자동차가 자력으로 신규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법원이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쌍용차는 2011년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법원의 결정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은 15일 쌍용차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키로 하고 관리인에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 조사위원에 한영회계법인을 각각 선임했다.
법원은 그동안 쌍용차의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자구 노력을 지켜보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미뤄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 잠재적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 수입차 유통업체 하아(HAAH)오토모티브가 투자에 대한 확약을 하지 않자 지난 1일 쌍용차 채권자협의회 등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 관련 의견을 들었고,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조사위원은 기업 실사 등을 통해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지게 된다. 조사위원이 청산 대신 회생절차를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법원은 일단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오는 7월1일로 잡고 있으나 이는 연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법원과 협의해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전에 인수·합병(M&A)을 추진해 회생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아오토모티브라는 잠재적 투자자가 아직 존재하고, 일부 국내 업체와 사모펀드가 인수 의사를 밝힌 만큼 빠른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쌍용차 인수를 위해 실사작업을 해온 하아오토모티브가 가능성 있는 인수 대상자로 꼽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의 임금 등이 포함된 공익채권 3700억원에 부담을 갖고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익채권은 인수 이후 하아오토모티브가 변제해야 하는 금액이다. 인수 의사를 밝힌 에디슨모터스 등 5~6개 업체들은 규모나 자금 부족 등으로 실제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실적이 부진한 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조사위원이 쌍용차 청산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5000명에 이르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8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이 부도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업계는 쌍용차가 과거 구조조정 문제로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데다 실업 문제도 부담이 되는 만큼 청산보다는 존속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위해 매각 시장에 나서려면 몸집 줄이기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노조가 인적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무급휴직이나 명예퇴직, 해고 등이 실시될 수 있어 2009년처럼 노사정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제2의 쌍용차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시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후속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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