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도 혼낸 유도훈 감독, 느슨해진 분위기 다시 조였다
[스포츠경향]
“알겠어? 다음 게임도 있으니 느끼라고. 너 득점 많이 하고 게임은 지면 어떻게 하라는거야.”
지난 14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고양 오리온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 3차전. 61-89로 크게 뒤진 경기 종료 2분32초를 남기고 작전타임을 부른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갑자기 에이스 조나단 모트리를 혼내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르고 혼난 모트리는 억울하다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유 감독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전자랜드는 67-89로 패하고 1~2차전 완승의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유 감독은 모트리를 혼낸 상황에 대해 “작전타임을 할 때면 아무리 쉬고 있다고 하더라도 같이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혼을 좀 냈다. 자기는 왔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씩 웃었다.
헨리 심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 2월 합류한 모트리는 15경기에서 평균 18.1점·7.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전자랜드가 6강 플레이오프를 확정하는데 큰 힘이 됐다. 오리온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 평균 25.7점·12.7리바운드로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3차전에서도 팀은 패했지만 20점·8리바운드로 제 몫을 다했다.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치는 모트리를 유 감독이 굳이 혼낸 이유는 느슨해진 팀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잡으려는 계산이 담겨 있다. 유 감독은 평소 작전타임 때마다 여러 말로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데 정평이 나 있다. “언제까지 ‘떡 사세요’ 하면서 얘만 쳐다보고 있을거야?”, “야 국내선수. 너희는 선수 아니야?” 등 그가 작전타임 때 남긴 명언이 수두룩하다. 이날 모트리를 혼낸 이유는 에이스를 혼냄으로 인해서 해이해질 수 있는 선수들의 긴장감을 바짝 조이려는 속셈인 것이다.
유 감독은 “농구가 참 알면서도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진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수비 조직력이 안된 상황에서 공격만 하면 오늘 같은 경기가 나온다”고 선수들을 질책했다. 이와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수비를 해야 하는데 인사이드든 아웃사이드든 우리가 갖고 있는 수비력이 잘 안나왔다. 이런 것은 모트리도 느껴야 한다. 농구는 일단 막아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스라도 혼낼 때는 냉정하게 혼낼 수 있는 것. 그 동안 전자랜드를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강팀으로 만든 유 감독의 힘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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