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미국의 아프간 철군이 바이든식 '아메리칸 퍼스트'인 이유

이슬기 기자 2021. 4. 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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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결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지만, 결국 트럼프와는 다른 방식으로 철저한 '아메리칸 퍼스트' 바이든 버전을 실현한 것이다."14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미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갔지만 더이상 실익이 없는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빼는 대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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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 없는 아프간전에서 발 빼고 中 견제에 집중"
펜타곤, 백악관과 3달 간 설전.."아프간 위험하다"
'아프간 상황과 무관하게 철군' 시한 9.11로 못 박아
아프간 의회까지 나서 "국제사회가 우리를 버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계획을 발표한 후 연단에서 내려가고 있다.

"바이든은 결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지만, 결국 트럼프와는 다른 방식으로 철저한 '아메리칸 퍼스트' 바이든 버전을 실현한 것이다."

14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미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갔지만 더이상 실익이 없는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빼는 대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목표를 바이든 대통령이 매듭지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내달 1일부터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을 시작해 9월 11일 이전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9월 11일은 아프간전의 단초가 된 9·11테러가 발생한지 20년째 되는 날이다. 그는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과 전쟁으로 돌아가는 대신 더 큰 도전인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직면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NYT는 "바이든은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개입으로 중국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천문학적 비용과 군사력을 쏟아붓는 사이 중국은 멀리서 사상자를 걱정하며 한때 미국이 의심의 여지없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했던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美 국방부조차 백악관 석달 간 설득…"아프간 위험하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13일 백악관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관련 사항을 예고한 직후 세계위협평가 연례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며 '탈레반은 군사적 승리를 확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특히 보고서는 "바이든식 접근이 아프간 정부를 무장단체의 손에 넘기고 아프간 내 위험성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실제 미 국방부는 이번 사안을 두고 백악관과 석달 가까이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측은 바이든의 철군 결정이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면서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는 등 훨씬 더 큰 우려의 대상이 되어 미국을 공격하려는 테러 집단의 안식처가 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정치·경제적 기반이 허약한 아프간은 현재까지 심각한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완전히 발을 빼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군사력 공백을 기회로 아프간을 다시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 행정부 내에서도 나온다는 의미다. 특히 탈레반은 미국이 '기존 철수 시한'으로 제시했던 5월 1일을 늦췄다는 명분을 내세워 무력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아프간이 새로운 내전에 접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아프간 의회, 탈레반 폭력행위 확대 우려 속 "낙담"

바이든이 철수 시한을 못 박은 것부터 미국우선주의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고위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9월 11일 이후 아프간에 대테러 대응을 위한 소규모 병력도 남기지 않기로 했다면서 "현지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조건에 기반한 철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NATO와 조율을 거쳐 추진한다는 명분 외에 트럼프의 기본적인 기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이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미국의 철군 계획을 '큰 실수'이자 '탈레반의 승리'라고 했다. 지난해 2월 트럼프 행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아프간 내 이들의 폭력행위가 계속되기 있어서다. 탈레반은 폭력 사태와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휴전에는 여전히 동의하고 있지 않다. 아프간 상황과 무관하게 이뤄진 철군으로 탈레반의 적대행위가 재개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 20년 간 어렵사리 쌓아왔던 아프간 내 여성 인권과 언론의 자유 등이 상실될 우려가 크다고 DW는 지적했다. 아프간 국회의원인 라이하나 아자드는 DW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탈레반에게 평화를 양보를 한 대가를 아프간 사람들이 그대로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낙담했고 국제사회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인권을 말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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