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끔찍한 날들"..탈레반 귀환 두려운 아프간 여성들
[경향신문]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의 철수 결정으로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의 복귀를 두려워하고 있다. 학업과 직장 포기를 강요받는 등 여성 인권이 다시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간 내 모든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해외에서 가장 길게 치른 전쟁인 아프간 전쟁을 20년만에 끝내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도 이날 철군을 발표했다. 미군 2500여명과 나토 병력 7000여명이 9월 전에 아프간을 완전히 떠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 체결을 마무리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9월 미군이 철군하는 조건으로 주선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미 아프간 국토 절반을 장악한 탈레반은 미군이 빠질 때까지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탈레반은 이날 “모든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아프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어떤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이 먼저 발을 빼면 탈레반은 평화협상으로 권력을 나눠갖기보다는 우월한 군사력을 활용해 무력으로 권력을 잡으려 할 수 있다.
남겨진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복귀에 따른 인권 후퇴를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공포는 더 크다.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을 금지하고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을 강제하기로 악명 높다. 아프간 여성 국회의원인 파우지아 쿠피는 CNN 인터뷰에서 “2001년 탈레반 정부가 권력을 잃었을 때, 나는 내가 입은 옷 때문에 채찍질을 당하거나 구타당할 염려 없이 카불 거리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면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 걸어다니며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라트대에 다니는 학생 바시레 헤이다리는 14일(현지시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떠나고 우리는 탈레반과 함께하는 끔찍한 날을 앞두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물론이고 외출도 못하게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헤라트대 대학생 살마 에라리도 “탈레반은 20년 전 사고방식으로 내 교육권을 박탈할 것이다. 이건 탈레반의 본성”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 교육을 지원하는 바시레 사파 테리는 “탈레반이 언제쯤 돌아올지, 학교에서 계속 공부해도 되는지 사무실로 찾아와 물어보는 여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탈레반과 정부군이 대립하는 혼란을 틈타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무장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 실제 유엔은 전날 보고서에서 올해 1~3월아프간의 민간인 사상자가 17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나 어린이다. 여성 사상자는 37%, 어린이 사상자는 23% 늘었다. 미 의회 아프간연구그룹(ASG)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미군이 철군하면 아프간 내전 발발 가능성이 높고, 불안감이 커져 알카에다의 위협도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장세력은 미국 본토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고위 정보관리들은 “미군 철수는 알카에다나 IS 같은 무장단체가 미국에 대한 공격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회복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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