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출산 가정을 '건강하지 않다'고 표현하는 혐오[플랫]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2021. 4. 15. 15: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KBS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반대하는 주장을 두고 시민단체가 “비혼 출산 가정에 대한 혐오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엄마들,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혼 출산을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 부르며, 생계 수단인 방송 출연마저 막는 혐오 세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은 ‘결혼한 여성’은 방송 은퇴를 선언하고 ‘이혼한 여성’은 방송에 나오지 말라고 했던 1980년대가 아니라 2021년”이라며 “사유리씨의 방송 출연에 지지를 표한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다양한 가족이 ‘이상하다’ 혹은 ‘불쌍하다’는 편견에 갇히지 않도록 새로운 가족 형태를 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유리는 지난해 11월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낙태뿐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다”는 사유리의 고백은 결혼 제도 바깥에서 임신·출산해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 [플랫]‘슈돌’ 첫 여성 출연자 사유리, 그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논의는 방송계로 이어졌다. 지난달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은 사유리 가족의 합류를 알리며 “프로그램 제목의 ‘슈퍼맨’은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히어로, 즉 영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사유리 역시 한 아이를 키우는 슈퍼맨의 길로 들어섰다. 슈퍼맨 사유리의 육아를 보고 싶다는 누리꾼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밝혔다.

사유리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비혼 출산을 부추긴다’며 출연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들은 “KBS가 ‘건강한’ 가정이라는 가치와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을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가족기본법 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 이같은 ‘정상가족 신화’를 부추긴다고 했다. 해당 법 제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 [플랫]‘정상가족’ 신화에 집착하는 목소리에 왜 힘을 실어 주는가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혼인과 혈연만이 가족의 전부였던 시대는 지났다.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69.7%에 달한다”며 “사회적 변화와 동떨어진 법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가족 구성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떤 공동체라 하더라도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길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건강’ 개념이 정상가족 중심의 가족 유지를 뜻하는 것으로 쓰여 왔고, 이는 건강 개념 자체를 ‘정상성’으로 왜곡하는 효과를 지녀왔다”며 건강가정기본법의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함아연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활동가는 “부·모·자녀로 이루어졌다고 다 건강한 것은 아니다. 한부모·비혼모·조손가정이라 해서 건강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며 “정상과 비정상, 건강한 가정과 건강하지 않은 가정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모든 가족이 존중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가족정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