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선거 끝나도 이어지는 김종인·안철수 갈등..야권 통합은?
또 "(안 대표는) 대선 후보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고 하기도 했다. 이런 김 전 위원장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안에서는 '야권 통합'에 방해가 된다는 반발도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정당 명칭과 기호를 표기하지 않고 여론조사를 치르자는 안 대표에 대해 "국민의당이 기호도 쓰지 말자고 하고, 당명도 쓰지 말자고 하는 소리를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TV토론과 관련해서도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설전은 '상왕론'으로 격화됐다. 안 대표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세훈) 후보 뒤에 '상왕'이 있는 것 아니냐"며 김 전 위원장을 겨냥했고, 이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부인을 겨냥해 "여상황제"라며 받아쳤다. 그러자 안 대표는 17일 토론회에서 "김 전 위원장의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다"며 "그분과 착각했다는 해석밖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고 했다.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야권의 승리로 끝나면서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는 국민의힘 당사 선거상황실에서 두 손을 맞잡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고생 많으셨다"고 격려했으며, 안 대표는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당을 떠나며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발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건방지다" "무슨 대통합 타령이냐"며 비판했다. 이에 안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건방지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정확한 표현은 그게 아니었던 듯하다"며 "김종인 위원장이 선거 승리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작심 발언에 대해 "내가 사감을 가질 일이 뭐가 있느냐"면서도 "안 대표가 '야권의 승리'만 강조했다. 자기만 선전한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안 대표를 향한 김 전 위원장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서른 살도 넘게 어린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마치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분노를 표출하겠냐"며 "안 대표의 '야권의 승리' 말씀에 동의한다"고 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기고만장"이라며 "'태상왕'이라도 된 거냐. 본인은 착각을 넘어 몽롱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이 '자강'이고, '자강'이 '통합'"이라며 야권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1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야권엔 국민의힘만 있다는 오만불손함과 정당을 국회의원 수로만 평가하는 구태정치인" "국회의원 시절 범죄자 신분이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사과하지 않으면 문제 삼겠다"며 경고했고, 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가 두 손을 잡은 사진을 게시하며 "저렇게 악수하면서 속으로는 건방지다? 무슨 화전양면전술도 아니고"라고 응수했다.
김·안 갈등으로 야권 분열 조짐이 보이자 각 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13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원들이 우려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걱정하실 일 없다"고 했다. 안 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내년 대선 때 야권의 혁신적인 대통합과 정권교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며 "큰 목적에 동의한다면 무리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희 기자/이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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