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찍는 야권통합..尹 제3지대론에 선제적 견제
윤석열 제3지대 세력화 가능성엔 "野 통합" 한목소리
대선 국면 분열 우려하며 尹 독자세력화 차단 포석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의 첫 단추인 합당 문제를 놓고 별다른 진전 없이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가운데 대권 행보를 고심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한목소리로 야권 통합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서로 "먼저 견해를 달라"며 합당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독자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자, 윤 전 총장에 선제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을 도모할 경우 야권 대선판이 분열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물론 기성정당에서 이탈 세력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려는 사전포석과도 같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4·7 재보궐선거 전에는 합당에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선거가 끝난 후로는 두 당 모두 각자의 사정을 들어 실질적인 합당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흡수 통합을 희망하는 국민의힘과 대등한 관계에서 당대당 합당을 요구하는 국민의당의 시각차가 합당 추진에 걸림돌로 보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BBS라디오에 "국민의당 측과는 대화가 잘 되고 있고, 다만 국민의당이 시도당과 당원들을 상대로 합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측에서도 합당에 대한 의사를 어느 정도 모아야 한다. 그러면 내주 중에는 결론도 나고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생각을 한다"고 낙관했다.
주호영 대표 대행이 당대표 경선 출마 결정을 미루면서 거취 논란이 합당의 변수로 작용해 야권 통합 작업도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주 대표대행이 "합당 후에 단일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맞다"며 선(先) 합당 후(後) 전당대회 쪽으로 입장 변화를 보인 것도 이 같은 당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3선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 "주호영 의원께서는 당대표 출마한다면 원내대표 즉각 사퇴하시고, 만약 출마하지 않는다면 즉각 불출마선언 하시라"며 "주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로 인해 당 혁신 논의를 하기도 전에 당권 다툼만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혼란스러운 당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거취를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가장 급박한 전제"라고 지적했다.
4선 권성동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선언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선)일정이 결정돼야지. 내가 미리 할 수 있나"라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안 나가면 5월29일까지 임기인데 내가 먼저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주 대표 대행에게 당대표 경선 출마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국민의당도 합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실을 인정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현재 지도 체계가 권한대행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제안과 논의는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무 협상 전 합당 선언을 먼저 하자는 주 대표 대행의 입장에 관해선 "현재 주호영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에 있고, 권한대행과 관련해서 거취문제가 당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말씀하실 수 없고, 당내 의견수렴 과정에서 개인의 의견으로 주장하신 사항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통합이 급물살을 타진 않고 있지만 주호영 대표 대행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윤 전 총장에겐 야권 통합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주 대표 대행은 BBS라디오에 "지금까지 우리 대선 국면에서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또 제3지대가 당을 만들어서 선거까지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고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이것은 야권 분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국정 실패나 폭정에 대해서 야권이 대통합해서 단일 후보를 만들어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제반 사정들을 윤석열 검찰총장께서 잘 검토하고 결정할 거라고 보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압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민의힘과 합당을 하면 윤석열 전 총장이 참여할 가능성은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다음 대선 때는 야권이 범야권의 대통합이 꼭 필요하고 그래야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며 "야권의 대부분이 그런 저의 생각에 동의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은 야권 잠룡에게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잠재적 경쟁상대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윤 전 총장에게 제3지대 대신 통합을 촉구했다.
원 지사는 "윤석열 총장이 어차피 문재인 정부의 정권교체를 위해서 나서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야권과 함께 뜻을 한다고 보고,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라는 것이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로서 개인의 경쟁 의미도 있지만 국가를 새롭고 바꾸고 운영해 나갈 단체전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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