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도 '백신 불안감'.."내 순번 밀릴까" 속앓이

조재현 기자 2021. 4. 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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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신 확보 부족 문제..정부,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불법체류 외국인도 관리 영역으로 품으려면 '선례' 필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4.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한국 사람들도 접종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 같은 외국인이 제때 맞을 수 있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둘러싸고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우려가 늘고 있다.

앞서 정부가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잇단 혈전증 부작용과 수급 문제로 백신 접종 계획에 적신호가 들어오자 자칫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인권단체 등은 특히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외국인(불법 체류자)을 대상으로 한 세밀한 접종 계획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결국 '신속한 백신 확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98명이다. 지역발생 사례는 670명, 1주간 평균 확진자는 624.6명을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가 700명대로 증가하며 사실상 '4차 대유행'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백신 수급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는 당초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국내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이어 존슨앤드존슨(J&J)사의 얀센 백신에서도 희귀 혈전증 이슈가 발생한 상황이다.

다른 백신인 모더나와 노바백스의 구체적 도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모더나의 경우 오는 7월까지 미국에 2억회분 백신을 우선 공급하기로 하면서 국내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노바백스는 안전성에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국가 간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국가는 백신 교차 접종을 위한 임상실험에 돌입하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 백신 조기 도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국내 백신 접종 계획이 어긋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속앓이하는 체류 외국인도 늘고 있다. 취업이나 학업, 생계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으나, 한국의 백신 수급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자국민에 밀려 결국 백신 접종 시기가 더욱 늦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다.

국내 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한 외국인은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한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11월 집단면역 달성도 험난해질 텐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인에 대한 접종을 우선시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국 모든 문제는 백신 물량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실제 2분기에는 '백신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러한 잡음들을 없애려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접종 여부도 문제다. 앞서 지난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에 대한 언급은 없어 혼란을 키웠다. 동선 파악이나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려운 40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외국인은 대표적인 방역 취약 계층으로 분류된다. 가뜩이나 소규모 'n차(연쇄) 감염'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관리 소홀은 자칫 큰 사회적 비용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도 보다 세부적인 접종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달 초 정부 관계자는 미등록 외국인 역시 단속과 추방 등의 불이익 없이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주민 지원단체인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제호 변호사는 "행정명령 등과 같은 강제 조치가 아니라 미등록 외국인이 자발적으로 방역 관리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미등록 외국인이라도 불이익의 우려 없이 검사나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가 확산하면 감염병 예방에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백신만 확보되면 정부가 밝힌 대로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종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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