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코로나로 힘든데.. 연합회는 반년 넘게 내부싸움
배동욱 전 회장 "4년간 160억원 횡령·유용·상납" 주장
김임용 직무대행 "무책임하고 터무니없는 주장" 반박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내부 갈등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배동욱 소공연 전 회장 측과 김임용 직무대행 측이 각각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릴 전망이어서 당분간 봉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유일한 법정 단체인 소공연이 내부 갈등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직무대행은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배 전 회장이 소공연 직원들의 횡령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무책임한 언동"이라고 반박했다. 배 전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동안 소공연 직원들에 의해 160억원에 이르는 공적 자금이 횡령·유용·상납됐다며 조만간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주장했다.
김 직무대행은 "(배 전 회장이 주장한 예산은) 소공연이 2014년 법인설립인가를 받은 뒤 지금까지의 모든 예산을 합쳐서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마디로 지금까지 소상공인연합회가 수행한 모든 예산이 유용되었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한순간 비리조직으로 매도하는 이런 자가 한때나마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기만 하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차기 회장 선출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공연은 지난 13일 긴급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구성하고,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를 다음달 20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반면 배 전 회장 측은 "현 집행부는 권한이 없다"며 오는 22일 별도 이사회를 오는 22일 소집해 선관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선관위가 2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 회장 임기 두고 "지난달로 종료" VS "차기 회장 선출 때까지"
배 전 회장 측과 김 직무대행 측은 서로 회장 임기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배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했다. 이후 이른바 ‘춤판·술판 워크숍 논란’이 불거졌고, 가족 일감몰아주기·도서 구입 보조금 깡 의혹 등도 제기됐다. 소공연은 같은해 9월 임시총회를 열고 배 전 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배 전 회장이 낸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배 전 회장은 지난달 23일 복귀했다. 배 전 회장의 해임안을 의결한 임시총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이어 배 전 회장이 소공연을 상대로 제기한 ‘정기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여 지난 8일로 예정됐던 차기 회장 선거도 무산됐다. 재판부는 배 전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김 직무대행 측이 정기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없다고 봤다.
이같은 법원 결정을 근거로 배 전 회장은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자신의 임기가 계속된다는 입장이다. 배 전 회장은 "최근 법원의 결정으로 소공연 회장은 저이고, 현 집행부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차기 회장이 뽑힐 때까지 제 임기는 계속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직무대행 측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유권해석 등을 근거로 지난달 29일로 배 전 회장의 임기가 끝난 것이 맞는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배동욱 전 회장의 지위는 현재 회장도 아니고, 회원도 아니고 그저 일반인"이라며 "주무부처, 대형 로펌 등의 의견을 종합할 때 배 전 회장의 임기는 종료된 것으로, 정관에 따라 수석부회장인 제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 소공연 회장, 월급 없지만… 사업비·권한 쥐어
소공연은 2014년 출범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법정 경제단체다. 수장(首長)인 회장은 ‘전국 700만 소상공인의 대표자’라는 지위와 더불어 적지 않는 권한도 갖고 있다.
월급은 없지만 경조사비 지출 등 명목으로 월 최대 500만원의 현금을 쓸 수 있다. 차량과 기사도 제공받는다. 각종 사업에 대한 최종 결재권도 회장이 쥐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연간 25억원에서 4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사업비 지원 규모는 26억원이다. 회장은 또 사무국 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지회장 임명권도 있다.
대외 영향력도 작지 않다. 소상공인 대표 단체 자격으로 정부 등에 의견을 전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특히 소공연 회장을 연임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대외 평가가 더 올라갔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9명 가운데 2명이 소공연 부회장이다"라며 "이같은 점만 봐도 소공연과 단체 회장의 지위와 책임이 크다"고 했다.
◇ 갈등 장기화시 중기부 직접 개입할 듯
소공연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대표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다툼’만 계속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공제금(소상공인의 퇴직금) 지급 건수는 8만4459건으로 2019년보다 9.1% 늘었다. 지급 사유 가운데 97%가 폐업이었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가게문을 닫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지금의 소공연을 어떻게 평가하겠느냐"며 "자기들 이권 다툼에만 골몰한다고 생각할텐데 대표 단체라고 불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배 전 회장과 김 직무대행 모두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배 전 회장이 소공연 일부 직원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김 직무대행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최대한의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맞받았다. 양측이 별도로 구성하는 선관위의 정당성을 두고도 법원의 판단을 구할 가능성도 있다.
내홍이 계속되면 소공연을 지도·감독하는 중기부가 나설 수 있다. 소상공인법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소공연의 사무에 관해 지도·감독할 수 있다. 또 소공연의 업무나 회계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때 시정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고, 따르지 않으면 인원의 해임이나 연합회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간단체인 만큼 중기부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는다"면서도 "소공연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계속되면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현재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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