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보조금 부정 사례에도 눈 감은 부산시
【파이낸셜뉴스 부산】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위탁받은 동물병원이 100건이 넘도록 지침을 어기고도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관할 지자체는 해마다 이러한 실태를 뻔히 알고도 눈감아줬다.
14일 부산시의회 조철호 의원(남구1)에 따르면. 최근 부산시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과 관련해 조사한 부정사례 적발 건수는 총 133건에 달한다.
<관련 기사 ‘길고양이 배 불러야 시작하는 부산 중성화사업(TNR) ‘전국 꼴찌 수준’‘ 3월 24일 보도 참조>
적발된 부정사례는 흡수성 봉합실이 아닌 철심을 사용한 사례가 2건, 몸무게 2kg 미만의 새끼고양이를 수술한 사례가 31건에 이른다. 이외 수유묘 시술도 2건이다.
특히 부정사례의 대다수를 차지한 건 연제구였다. 연제구 위탁 동물병원에선 암컷 고양이를 수술한 뒤 72시간 동안 회복기간을 주지 않고 방사하면서 103건이 부정사례로 적발됐다.
이번 조사에서 과거 큰 논란을 일으켰던 돼지용 항생제 사용에 대한 부정사례 적발 건수는 빠져 있어 실제 부정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부산시 2021년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사업추진 지침에 따르면, △TNR 대상은 몸무게 2.0kg 이상인 길고양이 △수태 또는 포유가 확인된 개체는 제외 △포획 시 케이지에 2마리 이상 두지 않기 △폭서기, 혹한기 중성화 수술 금지 △장시간 지속성 (고양이에게 승인된) 항생제 사용 권장 및 흡수성 봉합사 사용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어 중성화 수술을 마친 고양이가 자연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수컷은 24시간, 암컷은 72시간 계류 기간을 두고 있다. 수의사는 건강 상태를 판단해 방사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볼 때 연제구의 수의사들은 중성화 수술을 마친 고양이를 단 3일도 기다리지 못하고 길바닥으로 내몰았다.
관련 업계에선 이렇게 사후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사된 고양이는 질병이나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는 수술 부위로 배가 터져 폐사할 여지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암컷의 경우에는 복부를 2~3cm 절개하는 자궁 난소적출수술을 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술부 부위가 아물지 않은 채 방사를 하게 되면 고양이 그 특성상 그루밍(grooming·혀로 몸을 핥는 행위)을 하면서 실밥이 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선 동물병원에선 넥칼라를 씌우고 있다. 때론 저가 봉합실을 사용하거나 수술 능력 부족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한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연제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캣맘 A씨는 “동네에서 자주 보던 길고양이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다. 너무 놀라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더니 중성화 수술을 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는 죽음을 예감하면 몸을 숨기는 본능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그 사체를 찾아보기 어려워 실제로는 이렇게 수술 후 감쪽같이 사라진 개체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태를 적발하고도 관할 지자체는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연제구는 5년간 부정사례로 121건을 적발하고 내린 행정조치는 ‘시정 명령’에 그쳤다. 이미 수술을 통해 방사된 고양이를 '시정' 할 수 없을 노릇이니 사실상 무대응이나 진배없다. 그래서 타 구에선 부정사례를 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환수하고 경고를 내렸다. 경고가 누적되면 다음 해 사업에서의 참여 자격이 박탈된다. 그럼에도 연제구는 올해도 지난해 같은 동물병원 세 곳과의 위탁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연제구 담당부서는 "이러한 부정사례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유관 업체에 TNR 지침을 다시 숙지 시키고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겠다”면서 “또한 최근 몇 해간 일어난 부정사례를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내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시는 각 구군별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위해 부산수의사회협회 동물병원과의 위탁계약을 통해 한 두당 12~1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이렇게 지침을 어기고도 동물병원에 지급된 보조금은 약 1700만원 상당에 이른다.
조 의원은 “TNR 사업은 구조적으로 민간 포획업자, 동물병원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어 확실한 감독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부정사례 적발 시 단순히 보조금 환수와 같은 사후적 조치에만 머물지 않고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같은 자격박탈 또는 고소·고발 등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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