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떼카' '와이파이 상납'..사이버 학폭 처벌 범위 넓어진다
‘떼카’, ‘카톡 감옥’, ‘와이파이 셔틀’, ‘게임 대리인 강요’, ‘기프티콘 갈취’….
떼카는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집단으로 욕설을 퍼붓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피해 대화방에서 나가더라도 끊임없이 초대해 괴롭히면 ‘카톡 감옥’에 갇힌 것이다. 강제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시킨 뒤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을 통해 와이파이 ‘상납’을 요구하기도 한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이버 학교폭력’(사이버 학폭) 유형들이다. 사이버 학폭은 시·공간 제약 없이 24시간 이뤄질 수 있고, 영상·사진 등이 복제·확산하면서 피해가 지속될 수 있어 신체폭력 못지않은 상흔을 남긴다. 교육당국이나 가정에서 이런 폭력을 빨리 알아채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최근 학교폭력에서 사이버 학폭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신종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았다. 빠르면 올해 안에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해 사이버 학폭 관련 학생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15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7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학생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사이버 학폭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등교가 줄면서 한층 더 심해진 모양새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8.9%였던 사이버 학폭 비중은 지난해 12.3%로 높아졌다. 신체폭력, 금품갈취 등의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집단 따돌림과 함께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피해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초등학교 4~6학년, 중·고등학생 4958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의 피해 경험 비율은 25.8%로, 중학생(18.1%), 고등학생(14.7%)보다 높았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는 중학생의 피해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가 시작되는 연령이 더 내려간 셈이다.
이에 정부는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를 개정해 학교폭력 유형 가운데 ‘사이버 따돌림’을 ‘사이버 폭력’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사이버 폭력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기로 했다.
‘사이버 따돌림’은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학생들이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를 일컬었다. 이를 대신할 ‘사이버 폭력’은 사이버 공간의 정의가 정보통신기기에서 정보통신망으로 넓어졌고, 가해 행위에 대한 표현도 더 포괄적으로 바뀌었다. 이밖에 개정법은 가해 학생의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처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도 포함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2차 가해도 방지할 방침이다.
원용연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앞으로 사이버 학폭 피해 학생들이 조사 과정에서 피해를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법 개정을 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맞춤형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와 가해 학생 교육도 강화된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해마다 두 차례 이뤄지는데 올해 2차 조사부터는 사이버 폭력 문항을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스토킹, 사이버 음란물 유통 등 세부적으로 구분한다. 또 사이버 학폭 가해 학생과 보호자 특별교육에 인터넷 윤리 등이 포함되도록 올해 안에 표준교육안을 만들 예정이다. 교사들을 위한 표준연수안도 보급한다.
정부는 또 피해정보의 차단과 삭제, 피해구제 절차의 신속한 처리를 지원하는 ‘인터넷 피해구제 전담기구’를 방송통신위원회 안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대책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폭력대책위의 민간위원을 맡고 있는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사이버 폭력은 발생 초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하기 때문에 신고 직후 피해 기록을 삭제하는 즉각 조처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빠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대책은 피해정보 삭제 요청 절차를 안내하는 수준이고 피해구제 전담기구도 언제 만들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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