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첫 전시 독일 박물관장 "침묵 깬 위안부 영웅적 본보기"
"독일사회 내 트라우마화한 성폭력 더 많이 얘기하는 계기 되기를"
(드레스덴=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침묵 깨기는 영웅적 본보기입니다."
유럽 국립박물관 중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필두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와 해결 노력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기획한 레온티네 마이어 판멘쉬 독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장은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독일 드레스덴 산하 민속박물관은 오는 16일부터 8월 1일까지 '일본궁'으로 불리는 특별전시관에서 '말문이 막히다 - 큰 소리의 침묵'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에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독일 제국의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의 민족 막살,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 유고슬라비아의 전쟁범죄와 함께 유럽 국립박물관에서는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다룬다.
이번 전시회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각 국가나 사회의 '기억의 문화'다. 특히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 밖 범죄에 주목했다.
판멘쉬 관장은 "위안부 피해자들은 침묵을 깨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는 데 힘 있고 영웅적인 본보기"라면서 "이들 여성은 너무 강하고,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내지 유럽에서 성폭력은 매우 트라우마화했는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독일 사회에서 우리가 이에 대해 더욱 많이, 강력하게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민속박물관 측이 지난해 5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상설박물관을 베를린에서 운영하는 코리아협의회에 기획 전시를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판멘쉬 관장은 "2016년에 한국에 갔을 때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박물관에 가봤는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교육프로그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기획 전시를 하면서 이 주제를 다루면 흥미로울 거로 생각했고, 베를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코리아협의회와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 문제가 다루기 힘들고 까다로운 문제라는 것은 명확히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박물관들은 바로 이런 다루기 힘든 문제를 끄집어내 논쟁에 붙이는 시의성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요한 것은 다양성과 목소리를 찾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관련 상황이 나아지면, 여름에는 초·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위안부 문제를 토론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멘쉬 관장은 일단 1년 기한으로 민속박물관 중앙 안뜰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이 더 머물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에 대해 이의가 없다"고 답변했다.
판멘쉬 관장은 이번 전시회 취지에 대해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연대 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기억의 문화가 생겨나기를 바란다"면서 "감정을 이입해 이야기 속으로 입장을 바꿔보고, 서로 대화하고,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시장 밖에는 한국에서 공수된 청동 재질의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장 내부에는 이동식 소녀상이 각각 설치됐다.
전시회에서는 또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침묵을 깨고 한 첫 공개 증언 영상이 상영된다.
강덕경, 김순덕 할머니 등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그린 그림과 필리핀인 피해자인 리메디오스 펠리아스의 수예 작품도 전시된다. 펠리아스는 14세이던 1942년 필리핀을 침공한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가 된 뒤 겪은 고초와 목격담을 천에 수놓았다.
일본 사진작가가 찍은, 공개 증언을 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6명의 사진도 할머니들이 부른 노래와 함께 소개된다.
판멘쉬 관장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사진과 함께 여성들이 부른 노래를 들으면 뜻을 몰라도, 그들의 슬픔과 향수와 무엇보다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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