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제소까지 검토..문대통령, 대일관계 온건기조 접나
北 도쿄올림픽 불참 이어 겹악재..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먹구름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해상 방류하겠다는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제소 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그간 정부가 보여 온 대일 유화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추진을 위해서라도 한일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오염수 방류 사태는 경색된 한일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 말씀을 안드릴 수 없다"며 "일본이 오염수 방출 결정을 내렸는데,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국민의 이런 우려를 잘 알 것"이라며 "본국에 이 같은 상황을 잘 전달해달라"고 했다.
통상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환담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가교 역할을 당부하는 등 덕담을 하는데, 사태가 엄중한 만큼 기존 외교 관례를 깨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열린 청와대 내부 참모진 회의에서는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일본의 해양 방류를 중단하는 잠정 조치를 포함해 제소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
같은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다양한 수단을 지금 검토 중에 있고 그 일환으로 국제해양법재판소 잠정조치를 포함한 제소 방안을 대통령께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조치를 포함한 제소 방안은 오늘부터 법무비서관실에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 동맹 외에도 한미일 협력 지속 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개선은 남은 임기 내 꼭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 대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올해 열리게 될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데 이어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한국과 각을 세우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관계 개선은 사실상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언론들도 4·7 재보궐 선거 결과 직후 "한국 정부의 정권 구심력이 약화되면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대일 현안에 대해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일단 역사 문제와 국민 건강권 등 문제에 대해선 원칙을 지키고, 협력할 문제에 대해선 협력한다는 '투트랙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이날 "지난해 9월 스가 총리님의 취임 축하 통화를 하면서 대화와 협력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협력 정신과 의지가 있다면 어떤 어려운 문제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관계 개선의 뜻은 접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대일관계 복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시 오염수 방류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양국관계 개선은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이 이날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어떠한 통지도 받은 바 없기 때문에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오염수 현황을 포함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대책 등과 관련해 투명성을 갖고 정중하게 설명해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 등 주변국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관계 각료 회의에서 결정한 오염수의 해양방류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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