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SK, '하이닉스 직접 지배' 왜 보류했나
"합병 계획이 없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원래 구상은 최 회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지배구조의 정중앙에 SK하이닉스를 배치하는 것이었다. 합병 후 탄생하는 SK홀딩스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직접 지배하면 배당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주사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뀌는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M&A) 규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합병 시나리오의 가장 큰 리스크는 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다. 최 회장 일가는 현재 SK(주) 지분 18.4를 보유하고 있다. SK(주)의 SK텔레콤 지분율은 26.8%.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들고 있다. 최 회장의 지배력 유지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나오려면 SK(주)보다 중간 지주(SKT투자회사)의 가치가 낮아야 한다. SK하이닉스와 신사업 자회사들을 거느린 중간 지주의 기업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큰 데 주가를 억지로 낮추긴 어렵다.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SK텔레콤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물론 IPO(기업공개)가 예정된 원스토어,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웨이브 등 자회사 가치가 합병 지주사(SKT홀딩스)에 결국 귀속된다면 주주들은 기업분할에 반발하고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극대화'란 이번 지배구조 개편 취지와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합병은 특히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 주식 수의 3분의 1이상 동의) 사항이어서 승인 자체가 쉽지 않다.
최 회장이 경제단체 맏형 격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운신을 폭을 좁힌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구조 개편안 결정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의사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주주와 기업 구성원인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 왔다"며 "대주주 이해관계에 우선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도 SK텔레콤 기업분할과 합병 보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선 SK텔레콤과 {SK(주)}의 희비가 갈렸다.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 효과에다 "합병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 덕분에 2%대 상승률로 장중 30만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반면, SK(주)는 2%대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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