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다는데 학교용지 밀어붙인 서울시..14년간 방치

정다슬 2021. 4. 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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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방치된 학교용지 94만평
지정 당시부터 잘못된 수요 예측 탓
감사원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하라
방치된 채 풀만 무성이 자라있는 전농7구역 모습. [사진=전농답십리고등학교추진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개발 단계에서 제대로 된 수요 예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학교 용지는 전국적으로 239개, 308만㎡에 달했다. 교육청의 반대에도 서울시가 밀어붙여 지정한 학교 용지가 14년째 방치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15일 ‘시·도교육청 공유재산 관리실태’를 감사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개발사업으로 조성된 학교용지가 장기간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뤄졌다.

학교 용지 지정 위한 적절한 판단기준 제시 안해

학교용지법 제3조에 따르면 시·도교육청은 300세대 이상 개발 사업에 대해 필요한 학교용지를 개발사업시행자와 협의해 개발계획에 포함하도록 돼 있다.

학교용지로 지정되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부는 토지의 이용 효율성을 위해 시·도 교육청이 개발사업시행자와 협의 시 필요 이상의 학교 용지를 요구하지 않도록 판단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개발사업에 따른 학생 수 증감 예측, 학생 신설 필요성의 판단기준 등에 대한 업무지침 등을 시·도교육청에 시달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각 시·도 교육청은 일관된 기준 없이 자체적인 판단하에 학교 설립 필요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주먹구구식의 학교용지 지정이 장기간 미사용 학교 용지를 대거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학교용지 결정으로부터 10년이 지나고 개발이 완료됐는데도 활용되지 않는 학교 용지가 전국에 239개, 면적 약 308㎡만에 이르렀다. 이 중 114개는 시·도 교육청이 학교 설립 계획을 취소했다.

감사원이 114개 학교용지에 대한 학교설립 취소사유를 각 시·도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93개는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시·도교육청에서 학생 수를 과다하게 산정하거나 출생률 감소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적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교육청(성남교육지원청)은 2003년 택지개발 사업 관련해 당시 성남시 가구당 인구 2.87명, 학생 점유율 8.5% 대신 3명, 11%를 적용해 예상 초등학교 수를 과다하게 산출했고 이를 근거로 9개 초등학교를 개발계획에 반영했으나 학생 수 부족으로 1개 학교용지를 2020년 7월까지 미사용하고 있다.

또 시·도교육청이 학교설립 수요와 계획이 없는데도 개발계획이나 도시관리계획의 변경안에 대해 적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불요불급한 학교용지가 조성돼 장기간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해제도 부진해 장기간 방치

장기간 미사용된 학교용지에 대한 해제 역시 부진한 상황이었다. 학교용지법과 국토계획법은 개발사업시행자와 토지 소유자에게 장기간 미사용된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용도 해제를 신청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맞춰 장기간 미사용된 학교용지 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제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고시하고, 시·교육청이 해제요청기준에 따라 해제 요청하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해제요청기준을 고시하지 않았고, 관리·감독 역시 부실했다.

그 결과 해제검토 실적이 2017년 58건에서 점차 하락해 2020년 7월 기준 11건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감이 개발사업시행자와 학교용지 조성·개발과 관련해 적정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신설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마련·보급하라고 통보했다. 또 장기간 미사용되고 있는 학교용지에 대해서는 존치 필요 여부를 검토해 용도 해제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용지 해제 기준 및 절차를 고시하라고 강조했다.

교육청-지자체 의견 불합치로 장기간 표류

교육청이 학교용지 지정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지자체가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가 2006년 1월 동대문구 전동동 440-9번지 일대의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전농 7구역 내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학교용지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전농7구역 인근에 일반계 고등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었고 전농7구역에 특목고 등을 유치할 계획도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 의견에 고등학교보다는 초등학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역주민의 요구사항이라는 사유 등을 내세워 고등학교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없이 전농 7구역 조합으로부터 383억원에 학교용지를 매입했다.

이후 2020년 9월 현재 해당 용지는 여전히 미개발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 1월 이 학교용지에 대한 용도 해지를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의 지적에 서울시는 이 지역에 서울 대표도서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청과의 협의한 내용을 반영할지는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교육청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학교용지를 확보하더라도 학교 설립과 이전이 불가능한 만큼 서울시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 향후 교육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협의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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