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7번 연속 금리동결..이주열 "올해 韓 경제 3%대 중반 성장"(종합)
"대외여건 개선에 수출·설비투자 늘어
韓 잠재성장률 크게 낮아졌을 것
가상화폐 내재 가치 없다…투자 확대 우려
집 값 급등, 금리에서 주된 요인 짚는 것 적절치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3.0%)를 뛰어넘은 3%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재확산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외 여건 개선으로 수출 호조와 설비 투자 증가세가 당초 전망보다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과 지난달 말부터 집행된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효과도 고려했다.
이 총재는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고 진행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이나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연간 성장률 3%대 중반은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동안 열린 7차례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이 총재는 "올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고,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나 지금보다 더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고, 소비 개선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백신의 현재 접종율은 낮지만, 정부의 다각적 노력으로 (백신의) 하반기 보급에 큰 차질이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전망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5월 수정경제 전망 발표를 통해 정확한 성장률 전망치를 밝힐 예정이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1년이 넘게 지속된 코로나 충격으로 고용과 서비스업 생산 능력이 악화됐고, 이런 여건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이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을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잠재성장률 수준은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그때 다시 추정해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 전환 고려하기 이르다"
최근 반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의 선제적인 인상이 필요하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고, 정책 기조의 전환을 고려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직은 코로나19 전개 상황, 백신 접종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회복세가 안착됐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부채 급증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서 부채가 늘어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국가부채가 급증하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 미칠수도 있지만 신용등급을 따질 때는 경제의 대외 건전성, 성장 잠재력, 기업 부문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며 일축했다.
아울러 최근의 집값 상승의 배경이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주택 가격에는 금리 외에도 수급 상황, 정부 부동산 관련 정책과 신뢰 여부,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면서 "금리 인하 등 완화적 금리여건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나 집 값 급등에 대해 어느 것이 주 요인이라고 짚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 흡수를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용 국고채 단순매입 등 추가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은이 RP를 매각하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풀린 자금을 흡수한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로서는 단기 통안증권 발행과 통안계정 발행으로 유동성을 조정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유동성 규모와 수단별 활용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RP 매각 대상 증권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고채 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는 투기자산…대출 부실 등 금융리스크 우려
앞서 이 총재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내재 가치가 없는 투기 자산"이라고 규정했는데, 이날도 그는 "입장 변화는 없다. 사실을 말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호자산(가상화폐)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제약이 아주 많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그도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암호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도해진다면 관련 대출 등의 부실화 가능성이 생기고, 금융 안정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많은 나라에서 암호자산 시장이 커지고 있고 거기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고, 한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가 가상화폐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그는 "CBDC 발행엔 상당 기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로서 투기 수요에 줄 수 있는 영향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GDP 증가율,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구체적 정책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그와 같은 방식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데다, 소규모 개방 경제이므로 해외 의존도가 상당히 높으며 대외 여건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까지 있어, 구체적인 수치나 기간을 제시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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