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꼴 날라" 바이두·웨이보 등 IT 대기업, 中공산당에 '충성 서약'
중국의 대표적인 IT(정보기술) 대기업 12곳이 14일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했다. 12곳이 일제히 규제 당국을 통해 그간의 반(反)독점 행위를 시정하고, 공정한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
이날 기업들의 성명은 당국이 이들을 한데 불러 모아 "알리바바처럼 자수하라"고 엄포를 놓은지 하루만에 나왔다. 성명을 대리 발표한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날부터 사흘간 총 34곳의 기업을 소환해 관련 서약서를 받아낼 예정이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단속 참여를 당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총국이 ‘충성 서약’을 했다고 공개한 기업은 바이두·바이트댄스·징둥닷컴·핀둬둬·웨이보·샤오홍슈·치후360 등 12곳이다. 당국은 앞으로 알리바바·텐센트·메이퇀·디디추싱·어러머 등 24곳을 차례로 소환해 사실상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쓰게 할 방침이다.
WSJ는 이들의 성명이 "놀랍도록 비슷한 어조로 쓰여졌다"며 총국이 전날 인터넷정보판공실, 세무총국 등과 함께 ‘인터넷 플랫폼 기업 행정지도 회의’를 열고 34곳 기업 관계자들의 군기를 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규제 기관은 당시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위험 요인이 간과할 수 없을 만큼 누적됐다"며 "한 달 안에 알리바바처럼 내부조사를 거쳐 불법을 고치고 결과를 대중에게 공표하지 않으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에 거액의 벌금을 물림으로써 당국이 한동안 철퇴를 내려놓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좌절됐다. 중국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상승으로 시작했다가 오후에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 반전, 결국 전일대비 0.48%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도 전일 급등에 이어 이날 4% 상승으로 장을 시작했다가 오후에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0.431% 오른 데 그쳤다. 텐센트는 0.896%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 기업들의 성명에 대해 WSJ는 "기업들이 마윈(馬雲)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당국에 줄을 섰다"며 "협력하면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겠지만 협력하지 않으면 심각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알리바바가 지주사 강제 전환, 계열사 상장 중단 등을 겪으며 휘청이는 것을 본 기업들이 반독점 조사를 빌미로 한 당국의 규제 시동에 허겁지겁 굴복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은 지난달 초 총국에 불려간 뒤, 중국 국영 라디오 중앙인민광파전대(CNR)와 가진 인터뷰에서 "온라인 교육, 온라인 의료, 금융기술(핀테크) 등 특정 부문에서 당국의 지도와 개발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커촹반(科創板·중국판 나스닥) 상장을 포기한 중국 기업은 180곳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에도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들에게 경쟁사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에 182억2800만위안(약 3조11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알리바바의 2019년 매출인 4557억위안(약 77조9200억원)의 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당국이 2015년 퀄컴에 물렸던 60억8800만위안(약 1조400억원)보다도 세 배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알리바바에 전년도 매출액의 4%나 내라고 요구한 것을 보고 기업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당국은 관련법에 따라 기업에 전년도 매출액의 1~8%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지만 그동안 어지간한 사안은 용인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알리바바는 12일 당국의 교정 명령을 착실히 이행하겠다며 자사 플랫폼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판매상들의 비용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60일 내 이의신청이 가능하지만 ‘더이상 토달지 않겠다’며 바짝 엎드린 것이다. 알리바바는 마윈이 지난해 10월 공개 석상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한 뒤 당국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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