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복덩이' 발베르데, 풀백에서도 만점활약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 레알, 리버풀 원정 0-0 무승부
▲ 발베르데, 오른쪽 풀백 선발 출전
▲ 발베르데, 가로채기 8회 & 태클 3회 & 드리블 3회 & 키패스 2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알 마드리드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발목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오른쪽 측면수비수(풀백)로 깜짝 출전해 맹활약을 펼치며 준결승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레알이 안필드 원정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0/21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레알은 1차전 3-1 승리에 이어 1승 1무로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실 레알은 리버풀전을 앞두고 수비 쪽 줄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전 오른쪽 풀백 다니 카르바할이 일찌감치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두 주전 중앙수비수(센터백) 세르히오 라모스와 라파엘 바란이 부상 및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결장이 확정된 것.
힘든 여건 속에서도 레알은 리버풀과의 1차전에서 라모스와 바란 대신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나초와 에데르 밀리탕이 기대 이상의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 가운데 토니 크로스와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로 구성된 중원이 리버풀 중원과의 허리 싸움에서 압도하면서 경기를 주도했고, '신성' 비니시우스가 깜짝 멀티골을 넣으며 3-1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어서 레알은 주말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도 2-1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도 레알은 전반 종료 직전(43분) 오른쪽 풀백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루카스 바스케스가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깜짝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발베르데마저 후반 16분경 발목 부상을 당해 교체되고 말았다. 심지어 크로스도 경미한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이 중에서도 이번 리버풀과의 2차전을 앞두고 레알의 가장 큰 고민은 오른쪽 풀백에 있었다. 그 동안 바스케스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카르바할의 공백을 대체해줬으나 이제 바스케스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믿고 쓸 수 있는 자원이 사라지다시피 한 것.
가장 쉬운 선택은 백업 오른쪽 풀백 알바로 오드리오솔라를 선발로 내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지난 엘 클라시코에서도 오드리오솔라가 부상을 당한 바스케스 대신 교체 출전하자 전반전 2-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던 레알이 후반 들어 바르사에게 주도권을 내주면서 추격을 허용한 바 있다. 유스 출신 풀백 마빈 박은 아직 프로 경험이 부족하기에 중요 경기에 쓰기엔 부담스럽다. 마르셀루를 왼쪽으로 투입하면서 주전 왼쪽 풀백 페를랑 멘디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문제는 마르셀루 역시 급격히 하향세를 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에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은 강수를 던졌다. 바로 발목 부상을 당한 발베르데를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시킨 것. 발베르데의 수비적인 역량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리버풀 왼쪽 측면 공격수 사디오 마네를 묶겠다는 포석이었다.
발베르데의 원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상황에 따라 좌우 측면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미드필더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심지어 2군 시절 1경기에 불과하지만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공격수와 좌우 풀백을 수행한 경력은 없다. 심지어 주말 바르사전에서 경미하다고는 하더라도 발목 부상까지 당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서야 했던 발베르데였다. 발베르데 여친 미나 보니노는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빨갛게 부어오른 그의 발목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껄었다(하단 사진 참조).
경기 초반 그는 정상컨디션도 아니었던 데다가 익숙하지도 않은 포지션이었기에 마네에게 연달아 돌파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레알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가 연이은 실점 위기에서 선방으로 팀을 구해낸 가운데 발베르데는 10분경이 지나면서 서서히 새 역할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마네를 틀어막았다.
이 경기에서 발베르데의 수비적인 역량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는 기록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독보적으로 많은 8회의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 이는 다른 레알 선수들의 가로채기를 모두 합친 수치(7회)보다 많고, 리버풀 전체 가로채기(10회)보다 2회가 적은 기록에 해당한다. 게다가 태클도 3회로 카세미루와 크로스(각각 4회) 다음으로 많았고, 볼 경합 승리 횟수 7회에 더해 소유권 회복 5회에 이르기까지 수비에서 높은 역량을 과시했다. 볼 경합 승률은 63.6%로 준수한 수치였다.
발베르데에게 꽁꽁 묶인 마네는 경기 초반 슈팅 1회의 드리블 돌파 1회, 그리고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1회에 그친 채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볼터치 실수를 범하면서 81분경에 셰르당 샤키리로 교체되고 말았다. 패스 성공률은 68%로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떨어지는 수치였다. 악몽과도 같은 하루를 보낸 마네였다.
그렇다고 해서 발베르데가 마냥 수비만 한 건 아니었다. 전반 수비에 주력한 그는 후반 들어 적재적소에 오버래핑을 감행하면서 측면 공격에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레알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드리블 돌파와 2회의 키패스를 기록하면서 팀의 몇 안 되는 슈팅을 이끌어냈다(이 경기에서 레알의 총 슈팅은 6회가 전부였다). 특히 후반 21분경 환상적인 대각선 롱패스로 비니시우스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낸 건 단연 일품이었다(아쉽게도 비니시우스의 슈팅은 각도를 좁히고 나온 알리송 베케르 리버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렇듯 발베르데는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발목이 부은 상태로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 덕에 레알은 리버풀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는 분명 본인의 주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에선 크로스와 모드리치, 카세미루 같은 전설급 선수들의 영향력엔 아직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특징이 분명한 선배들과는 달리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 능하고 누구와 호흡을 맞추더라도 파트너에 맞게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면서 딱 맞는 조각 역할을 담당한다. 심지어 측면 공격과 수비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친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기본 이상의 경기력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와 같은 선수가 있다는 건 팀에게 축복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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