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지하차도 참사는 인재"..부산시·동구청 공무원 무더기 재판행
[박호경 기자(=부산)(bsnews3@pressian.co)]
지난해 7월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사고 원인을 인재(人災)로 결론을 내리면서 부산시와 동구청 담당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을 받게 됐다.
부산지검 공공수사부는 안전관리 및 재난대응 업무를 소홀히 한 부산 동구청 부구청장, 전 부산시청 재난대응과장 등 11명을 기소(1명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다만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최형욱 동구청장, 경찰과 소방 관계자 7명은 업무상 과실 치사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23일 시간당 80mm 이상 폭우가 쏟아지면서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갑작스럽게 침수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의 시민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게 된 사고다.
원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진행한 부산경찰청은 부산시, 동구청,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였고 지하차도 시설 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라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보완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올해 2월 동구청 재난대응 담당 공무원 1명을 구속시키기에 이르렀고 6개월간의 수사를 끝으로 사건은 종결되게 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초량 제1 지하차도는 지난 1996년 설치된 후 그동안 수차례 태풍·호우로 침수되어 폐쇄되거나 교통통제가 이뤄져 왔다.
동구청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호우주의보 발효 시 지하차도 현장에 담당자를 배치하고 호우경보 발효 즉시 차량출입을 통제하는 내용의 '지하차도 침수대비 매뉴얼'을 마련했고 2020년 상반기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되지 않아도 교통을 통제하는 '도로기전설비 유지관리 계획'과 대응을 강화하는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재난상황 대응계획'도 수립했다.
이같은 매뉴얼‧계획에도 불구하고 동구청 지휘부와 실무 담당자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사건 당일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가 발효되었음에도 CCTV 상시 모니터링, 교통통제, 현장담당자 배치 및 출입금지 문구 표출 등의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이미 침수된 초량 제1지하차도에 진입하도록 방치했다.
또한 이 사고가 발생하기 13일 전인 2020년 7월 10일에도 집중호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됐었는데 당시에도 이러한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시 휴가 중인 구청장을 대신해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유일한 지휘부였던 부구청장은 퇴근 후 호우 관련 상황파악이나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는 등 재난상황 전반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침수에 대비한 지하차도 출입통제시스템 고장 방치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 8월 동래구 우장춘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2명이 사망하면서 부산시청은 12개 지하차도에 30cm 이상 침수될 경우 수위계가 이를 감지해 입구의 재해문자전광판에 출입금지 문구가 자동으로 표출되고 경광등도 작동되는 출입통제시스템이 설치됐어야 했다.
동구청은 이같은 시스템을 지난 2016년 1월에 설치했지만 2017년 상반기에 문구원격입력시스템이 고장 나 있었고 수위계‧경광등을 한 번도 점검하지 않는 등 고장 난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관리를 게을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복합적인 문제가 결합되면서 피해자들은 지하차도 수위가 통제기준을 넘어선 43cm였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진입하게 되면서 참사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부산시청 재난대응 업무 담당자들은 동구청에 위임한 초량 지하차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고 사고 당일 자의적 판단으로 부산시장 권한대행에게 기상특보 상황 보고나 기상상황에 적합한 조치 건의를 전혀 하지 않았고 비상근무 확대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구‧군별 지하차도 사전통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동구청의 침수우려 지하차도 사전 통제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됐다.
다만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의 경우 호우 상황에서 만찬간담회 참석 후 관사로 퇴근했으나 10여 회에 걸쳐 유선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배수펌프장 출동 지시 등 일부 구체적 지시를 포함한 업무지시를 한 점 등으로 직무유기나 업무상과실치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부산시의 과거 계속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경험으로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로 인해 초량 제1지하차도의 진입통제, 경광등 및 전광판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중첩적인 조치들 중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고로 인하해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 전원의 유족들을 직접 면담해 심리상태 확인 및 의견을 청취하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시 유족들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동행 및 진술기회 부여를 신청하는 등 절차적 권리가 충실히 보장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박호경 기자(=부산)(bsnews3@pressi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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