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투트랙' 中 외교..대만엔 30년 친구, 중국엔 케리 특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과 상하이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투 트랙’ 외교에 나섰다. 대만엔 측근으로 구성한 비공식 대표단을 보내 중국을 압박하고, 상하이엔 기후 특사인 존 케리를 보내 중국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전 세계 공동 협력이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에선 중국에 손을 내민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특사인 케리는 14일 상하이 도착 후 15~16일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셰전화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케리 특사는 올해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중국을 방문하는 첫 고위급 인사다. 두 사람은 오는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릴 예정인 ‘COP26(2021 유엔 기후변화 콘퍼런스)’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미·중이 기후변화 대응을 다룰 양자 간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케리 특사의 상하이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2~23일 여는 국제기후정상회의(Earth Day summit)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참여시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회의로 열릴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포함해 40국 정상을 초청했다. 시 주석이 참여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처음으로 한 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도 협력을 타진하는 거의 유일한 분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미국 외교와 국가 안보 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고 기후 특사에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 케리를 임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다. 또 취임 100일 안에 국제기후정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는데, 그게 바로 지구의 날인 4월 22일 열 예정인 기후 정상회의다. 미국은 기후 정상회의 후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 주석도 기후변화 위기 해결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을 이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그 중간 단계로 2030년 중국의 탄소 배출이 정점에 달한 후 배출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란 구상도 밝혔다.
케리 특사의 상하이 방문 기간, 대만에선 미·중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전날 3일 일정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한 미국 대표단은 1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면담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보낸 미국 대표단은 바이든의 오랜 친구인 크리스 도드 전 민주당 상원의원,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조지 W. 부시 정부), 제임스 스타인버그(버락 오바마 정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도드 전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수십 년간 상원외교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해 중국의 패권 야심을 경계하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대만관계법 제정 42주년(10일)을 맞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중국이 주장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했으나, 대만관계법 등을 만들어 대만과 경제·군사 협력을 이어왔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 국무부는 미국·대만 관료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새 지침을 만들어 대만과의 밀착도를 높이기도 했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 대표단의 대만 방문에 격렬히 반발했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표단의 대만 방문이 공식 방문인지, 비공식 방문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과 연습 작전은 대만 독립과 대만·미국의 결탁을 저지하려는 우리의 결의가 단지 말뿐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마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 군사 위협’ 주장을 들먹이며 대만 카드를 쓰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도 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과 미국을 겨냥해 무력 위협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최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연일 군용기를 보냈는데, 12일엔 중국 군용기 25대가 대만 ADIZ에 진입했다. 그동안 확인된 것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중국 항공모함이 대만섬에 접근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이 대만 근처에서 군사 행동에 나설 때마다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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