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베란다에 감금·폭행.. 장애인 동료 살해한 20대 '징역 15년'

게티이미지뱅크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던 장애인이 생활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구 폭행하고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20대 장애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근정)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3개월 동안 정읍시 한 원룸에서 함께 동거하던 B(20)씨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농아학교 선후배 사이로, 서로의 가족을 만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B씨는 직장 생활을 하는 A씨에게 의존하며 함께 기거했다.

하지만 A씨는 평소 B씨가 공동생활 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등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손찌검을 했다. 그의 폭행은 같은 해 11월12일 밤부터 극에 달했다.

A씨는 이날부터 14일 새벽까지 약 28시간 동안 B씨를 손발과 둔기로 무차별 폭행한 뒤 옷을 벗겨 베란다로 내몰았다. B씨는 추위와 배고픔, 두려움에 떨었으나, A씨는 이런 모습을 내부 폐쇄회로(CC)TV로 감시할 뿐 음식물조차 주지 않는 등 가혹행위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A씨는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얼굴에 수돗물을 뿌려댄 뒤 그대로 방치해 숨을 거뒀다.

A씨는 이런 가학행위를 한 지 이틀째가 돼 B씨가 숨을 쉬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다가 함께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A씨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전면 부인했으나, 그가 설치한 CCTV를 통해 범행 장면을 경찰이 재확인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또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으나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적어도 B씨가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서 폭행·가혹행위를 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당시 19세에 불과하고 장애로 인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다가 사망했다”며 “이로 인해 유족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커다란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피고인에게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지우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정읍=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