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아파트 '택배중단' 사태..뒤에서 웃는(?) 스타트업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매매 가격 언제 빠질까요? 이번 사태로 좀 조정될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 “여기가 택배 마계촌인가요? 성지순례 왔습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A아파트가 택배차량의 지상도로 진입을 금지하는 정책으로 택배기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실거래정보 스타트업인 ‘호갱노노’가 때 아닌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정책 찬반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물론 집값에 대한 전망, 택배기사에 대한 응원,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아파트 홍보까지 다양한 소통이 이뤄진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호갱노노 검색어 1위는 A아파트가 차지했다. 늦은 저녁 한때 A아파트 정보를 확인하는 동시 접속자가 3000명을 웃돌기도 했다. 전날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이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별 배송 중단’을 선언한 뒤 관련 뉴스가 쏟아진 영향이다.
호갱노노에서는 실거래가뿐만 아니라 학군, 학원가, 투자 관련 호재 등 다양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이야기’라는 공간을 통해 아파트와 관련한 정보를 자유롭게 소통하는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이번 A아파트 택배 중단 사태와 관련해 수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인 것 역시 바로 이 커뮤니티 기능이었다.
가장 활발한 것은 정책 찬반에 관한 갑론을박이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단지 내 지상도로에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정하고, 이달 1일부터 통제에 돌입했다. 안전사고와 보도 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긴급차량과 이사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택배차량(탑차)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인 2.3m보다 높아 아예 진입이 불가능하다.
대다수는 ‘아파트 입주민의 결정이 이기적이었다’는 비판 여론이다. 특히 아파트 측은 택배기사들에게 차량을 제한 높이보다 낮은 저상차량으로 개조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상 주민편익을 위한 비용을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저상차량을 사용할 경우 목과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 강도도 올라간다. 한 호갱노노 회원은 “아이들 목숨을 핑계로 편익을 취하려는 분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다. 지상공간을 공원화해 입주민 안전을 확보하려는 추세는 수년 전부터 이어지던 것인데, 이에 대한 대응을 충분히 하지 않은 택배업계에도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한 회원은 “택배차량이 후진하다 치일 뻔한 적도 있고, 탑차 높이가 높다 보니 코앞도 안 보일 것이다. 주민 하나 죽어야 비난을 멈출 건가”라고 했다. 저상으로 개조한 차량 사진을 올리며 “택배 문제는 일부 노조의 언론플레이다. 저상차 기사님들 잘만 배달하고 있는데, 그 물량 빼앗기 위한 쇼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통제하더라도, 입구에 택배보관함을 따로 만들고 각 주소로의 배달은 주민 자체적으로 인력을 고용해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택배기사, 경비 등 인력을 위해 한 평 남짓한 무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단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을 올린 회원은 “어디랑은 확실히 비교된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택배기사들을 응원하거나 단순히 집값과 관련한 전망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소통이 호갱노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입지나 시설 등 아파트의 장점을 열거하며 ‘택배 논란에도,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는 아파트’임을 설득하는 회원도 있다.
한편 호갱노노는 지난 2018년 또 다른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이 인수했다. 당시 호갱노노 기업가치는 30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7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고 있는 모회사 직방에 준하는 주간 이용자 수를 확보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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