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실업 빙상선수 신체폭력 경험 스포츠계 평균의 2배"

조문희 기자 2021. 4.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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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실업 빙상종목 선수들의 신체폭력 경험이 전체 스포츠 종목 평균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빙상종목 초·중·고 학생 선수들도 성폭력·언어폭력 등의 위험에 전반적으로 취약했다.

인권위는 15일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빙상종목 선수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며 “빙상선수의 인권은 스포츠 분야의 전반적으로 취약한 인권상황을 감안해도 더욱 심각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9년 7~8월 초·중·고·대학 선수와 실업 선수 총 79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같은 해 5~11월 인권위 조사관과 전문 면접원이 하는 심층면접도 병행했다.

조사 결과 빙상종목 실업 선수의 신체폭력 경험 비율은 31.2%로 전체 스포츠 분야 평균(15.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빙상종목 실업 선수의 언어폭력과 성폭력 경험 비율도 각각 57.8%와 17.1%를 기록해 전체 평균 33.9%, 11.4%을 크게 웃돌았다.

빙상종목 초·중·고·대학 선수들의 신체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26.2%, 20.2%, 22.1%, 29.4%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평균인 13.0%, 15.0%, 16.0%, 33.0%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성폭력은 학생 선수와 실업 선수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빙상종목 초·중·고·대학·실업 선수들의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2.1%, 4.3%, 4.9%, 14.7%, 17.1%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불쾌한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선수는 23명으로, 이 중 초등학생이 7명, 중학생 2명, 고등학생 5명, 대학생 2명, 실업팀 7명이었다. 마사지·주무르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4건, 가슴·성기 등 강제추행 피해는 3건, 강제 키스·포옹·애무나 성관계 요구 등도 각 1건씩 확인됐다.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당한 경험도 1건(여자 고등학생 선수) 있었다. 선배·감독 등 가해자가 다양한 다른 종목과 달리 빙상 종목에서는 가해자가 주로 지도자였다.

빙상 종목은 훈련 강도에서도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발견됐다. 인권위는 “학생 선수는 매일 4~5시간 이상의 장시간 훈련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 성장기 청소년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습권 침해는 물론 선수들의 정신적·육체적 소진과 부상, 운동 중단 등 아동학대 수준의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 혹은 묵인이 인권침해를 가속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빙상연맹에 인권침해 예방 종합대책 수립과 지도자 등록 요건 및 각종 위원회 위원의 자격기준 강화를 권고했다. 빙상장이 설치되는 장소인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선 학교와 경기단체에서 징계받은 자와 성범죄처벌경력자 등의 빙상장 사용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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