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市長 가족' 미술인의 처신

장재선 기자 2021. 4. 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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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조현화랑이 '아트부산'에서 작품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아트부산은 내달 열릴 예정인 미술축제로, 부산시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시장 가족의 화랑이 시 후원 행사에서 작품을 팔아도 되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최 대표는 "참가는 하되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유튜버는 부산 달맞이고개에 있는 조현화랑과 조 씨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기장군 건물을 찾아가 범죄를 추적하는 것처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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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부산 조현화랑이 ‘아트부산’에서 작품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아트부산은 내달 열릴 예정인 미술축제로, 부산시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조현화랑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 조현 씨가 창립했고, 현재는 아들 최재우 씨가 대표로 있다. 시장 가족의 화랑이 시 후원 행사에서 작품을 팔아도 되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최 대표는 “참가는 하되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서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 주최 측은 “아트페어에 초대받은 화랑이 작품을 파는 게 왜 문제가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논란은 정치가 미술 영역에 들어온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문준용 씨가 공·사립 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았을 때 비판을 받았던 것과 같다. 다만, 그때는 권력을 업고 지원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 작품 활동을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화랑의 작품 판매는 생업과 관련된 것이니 차원이 다르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의 부인이 일각의 비판에도 남편 관내에서 화랑을 꾸리는 것은 본연의 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생업이 정치 로비 창구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아트페어 취재 중 부산 시민들로부터 이런 말을 수차례 들었다. “큰손인 부인에게 시정 로비가 갈 수 있다.”

물론 이는 시장선거 과정에서 친정권 측이 조현 씨를 비위 의혹이 있다며 무차별 공격한 탓이 크다. 일부 유튜버는 부산 달맞이고개에 있는 조현화랑과 조 씨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기장군 건물을 찾아가 범죄를 추적하는 것처럼 꾸몄다. 여당은 거기 발맞춰 어떤 물증도 없이 의혹을 부풀렸다. 정치 경쟁자를 적으로 여겨 그 가족까지 절멸시키려는 행태가 낳은 기괴극이었다.

조 씨는 화랑을 국내 10대 갤러리로 키우며 부산 미술 대들보 역을 해온 인물이다. “여성이 평생 공들인 직업을 인정하지 않고 비리로 보는 시선이 큰 상처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당하다.”

그의 당당함을 해치려는 측은, 재력가 여성이 정치인과 재혼한 것에 대한 편견을 교묘하게 부추긴다. 앞으로 박 시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더 독하게 물어뜯을 것이다. 그런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시장 부인’이 된 조 씨에게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당당함을 내세우기보다는 한없이 겸허한 자세로 신독(愼獨)을 하라고.

물론 고위 공직자 가족도 사생활권이 있다. 보통 시민처럼 일상의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그 가족의 처신이 공동체 질서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 법무부 장관을 했던 조국 씨 가족 예를 들 것도 없다. 과거 부산시장 부인 중 다수가 공사를 구분 못 하는 잘못으로 시정을 어지럽혔다.

시정 로비가 가족에게 갈 거라는 우려를 기우로 만들려면 신독의 처신을 할 수밖에 없다. 억울해도 인내하며 언행을 삼가고, 공공 이익을 지향해야 한다. 조 씨는 화랑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기장군 건물을 미술관으로 한다는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아들 최 대표도 ‘미술인’과 ‘시장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 점에서 이번에 “참가하되 팔지 않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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