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칼 뽑았는데..'셀프 손해사정' 고질적 관행 근절되나
금융위 이달 중 종합개선방안 발표
[더팩트│황원영 기자] 보험업계의 고질적 관행으로 꼽힌 이른바 '셀프 손해사정' 문제가 근절될 전망이다. 셀프 손해사정은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보험금을 산정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줄 보험금을 거절 또는 삭감하기 위한 꼼수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0명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스스로 산정하는 셀프 손해사정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 시행령으로 정해진 비율 내에서만 손해사정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손해사정이란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 사고를 조사하고 손해액을 평가·산정하는 업무다. 서류 심사만으로 지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지급 보험금을 계산한다. 보험금 산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지만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통해서 하고 있어 객관성이 결여된 셀프 손해사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행 보험업법은 이해관계자가 손해사정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 또는 보험사가 출자한 손해사정 법인에 소속된 손해사정사가 소속 보험회사 또는 출자한 보험회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하는 행위는 제외한다'는 조항으로 예외를 뒀다.
실제 주요 보험사 6곳의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11개 손해사정업체는 한 곳도 빠짐없이 모(母)보험사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자회사 매출 대부분은 모회사인 보험사에서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빅3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는 손해사정 위탁수수료의 100%(831억 원)를 자회사에 지급했다. 손해보험 3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도 전체 3480억 원의 76.4%에 달하는 2660억 원을 자회사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보험사가 보험금을 직접 산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각 업체의 대표자들은 전부 모보험사 또는 계열사 출신 낙하산 인사다. 삼성서비스손해사정은 삼성생명 부사장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KCA손해사정은 교보생명 부사장 출신, 삼성화재서비스는 삼성화재 전무이사 출신,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은 현대해상 상무이사 출신 등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자회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할 경우 불공정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보험금 지급 삭감·거부 등에 악용될 수 있다. 2019년 전체 보험 민원 가운데 보험금 산정·지급과 면부책 결정 등 손해사정 관련 내용이 41.9%에 달한다. 대기업 계열 손해사정사는 보험사에서 제시한 매뉴얼에 따라 손해사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 입원 보험금 미지급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삼성생명 역시 셀프 손해사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의 손해사정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이 삼성생명이 정한 '암 입원 보험금 화해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산정했다며 경영 유의를 통보했다. 손해사정이 요양병원 입원에 대한 보험금 부지급을 전제로 한 삼성생명의 가이드라인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보험사의 셀프 손해사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자회사를 통한 보험금 산정을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다만 손해사정 제도 변경의 연착륙을 위해 자회사를 통한 손해사정 비율을 시행령으로 점차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도 셀프 손해사정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손보협회는 지난해부터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손해사정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 보험업법을 개정하고 손해사정 제도가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의 원인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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