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망' 다음날 놀러간 양모..지인에겐 "하나님이 천사가 하나 더 필요" 문자

정한결 기자 2021. 4. 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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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하나님이 천사가 하나 더 필요하신가봐요. 내일 보는건 그렇게 해주시는거죠?"

16개월 영아 정인이가 잔혹하게 숨진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14일. 양모 장모씨는 아무렇지 않게 지인들과 약속을 잡았다. 지인에게는 "하나님이 천사가 필요했다"며 정인이의 죽음을 정당화했다. 자신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사망 이후에는 어묵 공동구매를 진행했고 운전자 보험 가입, "부검 결과가 잘 나오게 기도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일상 생활을 영위했다. 최후진술서 사죄한다고 밝혔음에도 검찰이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배경이다.
반성 모르는 양부모…정인이 사망 후 '아무렇지 않게' 살았다
검찰은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열린 장씨와 양부 안모씨의 결심 공판에서 이들의 카카오톡 포렌식 결과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 내역을 보면 양부모는 반성과 죄책감을 몰랐다. 장씨는 정인이 사망 다음날 바로 약속을 잡고 큰 딸과 함께 다른 지인 가족과 놀러갔다. 장씨 부부는 입양 관련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정인이가 사망한 당일 방영된 것을 본 다른 지인이 연락하자 양모는 "스쳐 지나감 ㅋㅋㅋ"라고 답했다.

다른 지인들에게도 안부를 물으며 "결혼하라" "집값은 여기가 제일 싸다"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정인이 사망 당일에도 추진하던 어묵 공동구매도 계속했으며 동생과 함께 아버지 생일 선물 구매에 들어갈 비용을 입금하고, 운전자 보험에 대해 문의하는 등 일상을 이어갔다.

그들이 지인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정인이의 죽음에 대해 "의혹이 아닌 진실이 전달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른 지인이 부검 결과에 대해 "많이 가슴 졸이고 있지"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기도해달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학대는 일상…큰딸에게는 "사랑해서 때린다"
입양 초기부터 장씨 부부의 정인이 학대는 일상이었다. 지난해 3월 4일 양부 안씨는 정인이를 "귀찮은 X"이라 불렀다. 장씨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안아주면 안운다"고 하소연하자 나온 답변이다. 안씨는 정인이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장씨가 말하자 "하루 종일 온종일 굶겨봐요"라고 말했다.

감기 증상을 보이며 콧물을 흘리는 정인이에게 약을 먹지 말고 장씨만 먹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장씨가 "정인이가 콧물이 나오는데 기침도 장난 같아서 그냥 두려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약 안먹고 키우면 좋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지난해 3월 6일에는 장씨가 "(정인이가) 온종일 신경질"이라면서 "사과 하나 줬고, 대신 오늘 폭력 안썼다"고 안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날에는 "쌍욕 나오고 패고 싶은데 참는다"고 하자 안씨가 "잘했어, 기도한 보람있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같은 문자 내역이 장씨가 정인이에게 폭력을 입양 초기부터 행사했으며, 안씨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봤다.

심지어 다섯살 큰딸조차 정인이가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들은 큰딸에게 학대를 정당화했다. 큰딸은 수사기관과의 면담에서 "정인이가 울었는데 (엄마·아빠가) '말 안들어서'라고 말해줬다"면서 "때리는 것을 사랑하는 것"으로 표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훈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16개월 영아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정당화한 셈이다. 당초 폭행을 통한 훈육도 학대다.

변호인은 장씨의 정인에 대한 "애정의 증거"를 공개했지만 오히려 이마저도 학대를 암시했다. 장씨는 매일 육아일기를 썼는데 "정인이가 점점 사람다워지고 있어서 감사하다"는 내용 등이 적혔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2일에는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는 나를 칭찬한다"고 적었다. 정인이를 평소에 '사람답지않다'거나 감정적으로 대했다는 것이 유추되는 내용이다.

지난 14일 오후 울산 남구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16개월 여아 '정인이' 제사상이 차려진 가운데 한 시민이 아기를 안고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인이 왜 말랐나' 물어보니…양모 "이유식 거부시기"
온갖 정황 증거에도 양부모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장씨는 피고인신문에서 "이유식 거부시기 때문에 정인이가 말랐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재차 물어도 "정말 그렇다"고 답하다 끝내 "지금은 (폭행 때문에 먹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말을 돌렸다.

정인이 사망 당일 장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검찰이 발언 의도를 묻자 길게 침묵하다 "별뜻 없었다"고 했다. 사망 이후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SNS에는 감정이 안보인다"고 답했다.

안씨는 장씨의 학대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거로 제시된 메시지들에 대해 "아이를 키우다보면 힘든 순간도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라고 반문했다.

이에 검찰은 최종의견을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면서 장씨에 사형을 구형했다. 발표 도중 검사가 목이 메어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양부모는 온갖 혐의를 부인하다가 최후진술에서야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장씨는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된 딸에게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서 저 때문에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남편과, 첫째아이, 양가부모, 입양가정, 아이가 있는 모든 과정에 죄스럽다"며 울었다. 방청객 사이에서 장씨를 향해 "미친X"이라고 욕설이 튀어나왔다.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기일은 오는 5월 14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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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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