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의 7가지 미래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4. 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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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의 디코드]

※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의 미래를 7가지 관점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모빌리티혁명이 오려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보급이 먼저

2. 테슬라의 이상한 ‘주행거리 역전’을 이해하는 키워드, SDV와 OTA

3.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판매된 이후에 소프트웨어로 성능 업그레이드 일상화될 것

4. 현대·LG의 코나 전기차 배터리 논란도 하드웨어 해결에 그치느냐, 소프트웨어 해결로 진화하느냐가 관건

5. 자동차 고유의 주행특성도 소프트웨어가 규정한다

6. 앞으로의 전기차는 OTA가 되는 차와 안되는 차로 나뉠 것

7. 당장의 SDV·OTA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그럼 본론 시작합니다.

모빌리티혁명이나 모빌리티서비스의 장미빛 미래를 얘기하지만, 아직까지 여기에서 크게 돈 벌었다는 회사는 안보입니다. 왜일까요? 모빌리티 혁명, 모빌리티서비스가 사업화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전제조건이란,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즉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자동차입니다. 용어를 많이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SDV라는 말은 기억해두셔도 좋을 겁니다. 자동차는 하드웨어 중심이었죠.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성능은 물론, 감성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하는 시대가 곧 올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완전자율주행시대가 오기 전에 자동차 세상을 먼저 바꿀겁니다. 운전의 책임소재까지 기계로 넘어가는 완전자율주행은 2030년 전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보고 있죠. 기술적으로나 법·규범적으로나 말입니다. 하지만 SDV가 우리의 자동차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빠를겁니다. 대표적으로 이미 테슬라의 차량은 SDV라 봐도 손색이 없지요. 그리고 연간 8000만~9000만대 시장에서 작년에 겨우 50만대를 팔았던 테슬라가 자동차산업에 파란를 일으키고 있는 원인도, 테슬라 차량이 전기차일 뿐 아니라 SDV이기 때문입니다.

차량 분해분석 전문가인 샌디 먼로 먼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테슬라의 모델Y를 분해한 뒤, 성능 향상의 핵심으로로 통합 열관리 부품인 '옥토밸브’를 지목했다. 옥토밸브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이 향상된다. 이 부품 성능이 향상되면 한번 충전 후 주행거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먼로 라이브

그럼 SDV 관점에서, 왜 모빌리티서비스의 사업화로 돈 벌었다는 얘기가 안나오는지를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모빌리티시장 상황이 ‘스마트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모바일서비스로 돈을 벌겠다고 다들 나서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그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줄 ‘디바이스’가 있어야겠죠. 세상에 피처폰만 있는데, 앱 생태계 기반의 모바일서비스가 이루어질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 모빌리티혁명이 오려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보급이 먼저

자동차시장을 보시면, 모빌리티혁명의 전제조건인 디바이스, 즉 스마트폰처럼 모든 기능이 중앙에서 통제되고 무선 업데이트로 기능이 개선되고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가는, 그런 ‘자동차판 스마트폰’이 충분히 보급돼 있지 않습니다. 진정한 모빌리티혁명이 일어나려면,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그것도 일부만 바뀌어선 안되고 다수의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바뀌어야만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숫자를 10억대라 치면, 이 가운데 스마트폰에 근접한 기능의 자동차는 얼마나 될까요? 현재 자동차판 스마트폰에 근접한 것은 테슬라 차량 100만여대가 전부입니다. 모바일혁명이 일어난 것은 스마트폰이 시장의 주류가 됐기 때문이죠. 휴대폰은 1~2년마다 새제품으로 바뀌기 때문에 불과 몇 년 만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자동차는 교체주기가 길고 시장에 깔려 있는 차도 너무 많기 때문에 모바일혁명만큼 빨리 일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다만 자율주행에 앞서 훨씬 빨리 그리고 차근차근 우리 자동차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 바로 SDV일 것은 분명합니다. SDV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는 또하나의 용어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바로 OTA(Over The Air) 즉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무선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OTA가 되는 SDV가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바꾸게 된다는 얘기지요.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혹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자동차, 그리고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하드웨어 기능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자동차산업에서 향후 몇 년간 급격히 일어날 일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테슬라 차량이 이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것인지 감이 잘 안올 수 있을 테니, 최신 사례를 하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DV·OTA의 발전이 기존의 차량에 대한 개념, 혹은 당국의 감독 기준 등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2. 테슬라의 이상한 ‘주행거리 역전’ 이해하는 키워드, SDV와 OTA

지난 4월7일 한겨레신문은 ‘테슬라 모델Y, 이상한 주행거리 역전... 환경부, 해명 요구' 제하의 기사에서 테슬라 모델Y의 ‘주행거리 역전 현상’에 대해 환경부가 소명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테슬라의 자체 시험 결과 고속도로에서 상온보다 저온 주행거리가 더 긴 것으로 측정됐는데, 일반적인 현상은 아닌 만큼 ‘주행거리 부풀리기’로 의심된다는 취지였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테슬라가 제출한 모델Y 롱레인지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고속도로)는 상온보다 저온에서 더 깁니다. 상온에서 488.5㎞, 저온에서 491.7㎞입니다. 통상 전기차는 상온보다 저온에서 측정한 주행거리가 더 짧은데요. 테슬라의 측정 결과는 이와 반대로 나온 셈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런 역전 현상이 관찰된 것은 모델Y가 처음입니다.

환경부가 ‘주행거리 부풀리기’를 의심하는 데에는 테슬라가 과거에 겨울철 주행거리 단축 문제로 굴욕을 당한 적이 있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모델 3 롱레인지 구형의 경우 저온 주행거리(복합)가 상온의 61% 수준에 불과했거든요. 반면 올해 출시된 신형에서는 88%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개선이 가능했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한겨레신문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에 대해 환경부 의심을 전하면서, 한편 ‘히트펌프’ 기술이 발전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히트펌프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에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난방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저온 주행거리를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는거죠. 올해 출시된 모델Y와 신형 모델3에는 테슬라 최초로 히트펌프가 탑재됐습니다.

이 경우 환경부도 합리적 의심을 한 것일테고요. 또 히트펌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 실은 훨씬 더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SDV·OTA와 연결된 자동차 세상에 관한 것입니다. 즉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자동차, 무선 업데이트가 자유롭게 되는 차는 해당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운전보조장치 기능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물리적인 기능까지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모델Y의 ‘주행거리 역전’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얘기로 돌아갑니다. ‘닛케이 모노즈쿠리’ 최신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요. ‘열(熱)의 사령탑 옥토밸브(Octovalve), 테슬라가 묻는 소프트웨어시대의 하드웨어’라는 제하의 기사였죠.

이 매체에 따르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자사의 최신 차량인 모델 Y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꼽는 것이 ‘옥토밸브’라 명명된 전기차의 중앙집중형 열관리 시스템입니다. 옥토밸브는 냉난방·배터리·파워트레인·ECU(전자제어유닛) 등, 쿨링이나 히팅이 필요한 부품의 열관리를 합니다. 조건에 따라 쿨링·히팅의 모든 회로를 옥토밸브와 연결해 열의 이동경로를 바꾸는거죠.

자동차는 공조나 배터리 등 부품마다 독립된 쿨링·히팅의 회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델Y는 옥토밸브를 통해 차량 전체의 열을 통합관리합니다. 라틴어로 ‘8’을 뜻하는 ‘옥토’가 들어간건 밸브 내부에 8개의 통로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12종류의 히팅 모드와 3종류의 쿨링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온 주행시엔 모터·인버터·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 난방용으로 활용하는 식이죠. 이런 중앙집중형 열관리 시스템의 장점은 기능을 통합해 관련 부품수를 줄이고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즉 품질·성능 향상과 원가절감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우선 들 수 있을텐데요.

하지만 옥토밸브의 진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OTA(Over The Air)와 조합했을 때 나오는 파괴력입니다. 테슬라 차량은 거의 모든 기능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를 갖추고 있죠.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옥토밸브의 성능도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향상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 차량은 각종 성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할 수 있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테슬라의 주행보조기능을 담당하는 통합 전자제어유닛. /테슬라

◇3.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판매된 이후에 소프트웨어로 성능 업그레이드 일상화될 것

차량이 판매된 이후에도 제어 알고리즘을 개선해 열관리시스템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차량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옥토밸브가 놀라운 것은 차량이 판매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추가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OTA가 자유로운 SDV’라는 자사 차량의 장점을 앞으로도 계속 확대 적용시켜 나가겠죠. 현재까지는 어떤 다른 회사의 전기차도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기존 시스템의 연장선이 아니라, OTA를 전제로 한 하드·소프트웨어 융합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 기존 자동차회사의 전기차와 어떻게 다른지 다시 한번 설명해보죠. SDV가 아닌 전기차, OTA가 안되는 전기차일 경우, 차량의 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차를 판매한 이후에 해당 차량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다면, 해당 차량을 자사의 AS센터로 불러모아 하드웨어 자체를 통째로 교환해줘야 하겠죠. 그런데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시스템 자체를 뜯어내 새로 바꾸는건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이런 작업이 쉬운게 아닙니다. SDV가 아닌 전기차의 한계이고요. 이것이 앞으로 전기차의 하드웨어적 경쟁력 즉 주행거리 향상 등에서도 왜 소프트웨어가 핵심이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4. 현대·LG의 코나 전기차 배터리 논란도 하드웨어 해결에 그치느냐, 소프트웨어 해결로 진화하느냐가 관건

또 한가지 중요한 얘기를 해볼게요.

국내에서 최근에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사이에 코나 전기차 발화 가능성 문제로 큰 논란이 있었죠. 한국산 전기차·배터리의 신뢰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책임 소재는 차치하고, 문제가 있다면 우선 해결해야 하겠죠. 그래서 현대차와 LG가 취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네, 해당 차량 전체의 배터리를 바꿔주는 조치였습니다. 비용이 조 단위로 들어갈만큼의 엄청난 손실이고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전량교체가 해당 전기차와 그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SDV가 아닌 전기차, OTA가 잘 안되는 전기차의 한계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부품 전체를 교체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유무형의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또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구조라는게 더 큰 일입니다.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소비자 생명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전기차에 소화(消火) 시스템을 장착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한다면 인명을 구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효율·비용 면에서 거의 불가능한 얘기이겠죠.

즉 ‘배터리에 발화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배터리를 전량 교체한다’ ‘배터리에 발화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모든 차에 소화시스템을 장착한다’ 이런 것은 기존 자동차의 연장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현상’만을 ‘하드웨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SDV에서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도 OTA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더 면밀하게 관리하고, 또 관련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데이트해줌으로써, 화재 가능성을 미연에 포착해 이를 방지하는게 가능해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더 얘기드리면, 테슬라처럼 SDV이면서 OTA가 구현되는 차라면, 앞서 말씀드린 열관리시스템과 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통합관리해 화재 위험은 줄이면서 주행거리 등의 성능 향상을 노릴 수도 있을겁니다.

여기서 또하나 중요한 것이 테슬라 같은 회사는 SDV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 그리고 OS를 구동하는 중앙집중형 ECU(전자제어유닛), 그 ECU의 핵심인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스스로 다 설계해 핵심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의 열관리나 배터리관리의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다른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도 테슬라처럼 배터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갖고 있을겁니다. 배터리 전문회사이니까요.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 현대차의 전기차 자체가 차량의 기능을 중앙에서 통합제어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통합형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를 갖추고 있지 못하죠. 그렇기 때문에 주행거리와 배터리 안전도 향상에 직결될 수 있는 열관리·배터리관리 시스템 등의 최적화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5. 자동차 고유의 주행특성도 소프트웨어가 규정한다

SDV에서 또하나 중요한 것은 주행성능 등 차량 고유의 특성·감성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이런 특성을 정립하기 위해 자동차회사들마다 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죠. 예를 들어 BMW의 주행감은 그 자체가 BMW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입니다. 그럼 SDV 시대에는 이런 주행감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고성능 동력 장치는 기본으로 제공하고, 그 이후 소프트웨어적으로 주행성능의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만 구입해 차량의 주행감을 새롭게 즐기거나 더 높은 주행품질을 맛볼 수도 있게 되겠지요.

이것은 OTA가 일반화된 IT 업계에선 이미 상식인데요. 충분한 성능의 하드웨어는 기본 제공하고, 이후 OTA를 통한 서비스로 돈 번다는 개념이 자동차에서도 점점 일반화되겠지요. 결국은 점점 더 많은 차량이 OTA가 가능한 SDV로 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OTA가 제대로 구현되는 SDV는 테슬라 차량 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테슬라를 또 예로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테슬라는 FSD라는 이름의 주행보조 소프트웨어를 900만원 정도 받고 팝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면 OTA를 통해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요. 테슬라 주장에 따르면, 앞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추가비용을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는 소비자가 900만원짜리 소프트웨어를 사든 말든, 이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와 각종 센서가 기본 탑재돼 있다는 겁니다. 다만 소비자가 소프트웨어를 사면 그 하드웨어가 활성화되는 것이고, 사지 않으면 그 성능을 봉인하는 식인거죠. 그랬다가 소비자가 차량 구입 이후라도 마음이 바뀌어 FSD를 구입하면, 그때 가서 봉인을 풀어주는 겁니다. 기존 자동차회사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100원 단가 차이에 벌벌 떠는 자동차회사로서는 소비자가 쓰지도 않는데 수백만원짜리 컴퓨터를 달아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FSD 사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전기차는 충분한 성능의 구동시스템을 기본으로 넣어주고, 판매 이후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주행성능을 높이거나 성격을 바꿔주는 상품을 팔 수도 있겠죠. 하드웨어는 어떤 그레이드의 차량에나 기본으로 주고, 나머지 소비자의 만족을 높여주는 것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적으로 따로 돈을 받고 해결하는 겁니다.

◇6. 앞으로의 전기차는 OTA가 되는 차와 안되는 차로 나뉠 것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모빌리티혁명, 모빌리티서비스로 가기 위해선 OTA가 되는 SDV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 모빌리티혁명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자사 전기차의 매력을 높여 판매·보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빌리티혁명이 과거 모바일혁명처럼 되려면 SDV가 대량 보급돼야 하는데, 아직은 보급이 많이 안된 상태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로 돈을 버는 사업을 실현하기에 앞서 OTA가 되는 SDV로 우선 소비자에게 차별점을 알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폴크스바겐·벤츠 등이 콘티넨털 같은 전장전문 메가서플라이어나 엔비디아 같은 GPU·AI 기업과 함께 SDV·OTA 개발을 서두르도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벤츠의 경우 2024년부터 자사에서 나오는 모든 신차에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OTA 기능을 기본 탑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전기차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차별점을 주기 어렵고, 반드시 OTA가 되는 전기차여야만 충분한 매력을 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것은 모빌리티서비스나 자율주행의 주도권을 잡는 것에 앞서, 자동차회사로서 전기차를 많이 팔 수 있을 것인지와 관련된, 즉 당장의 생존에 관한 것입니다.

앞으로 자동차회사는 고객에게 이렇게 선전하게 될지 모릅니다. “저희 회사 차량을 구입하시면 타면 탈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겁니다' ‘로켓처럼 튀어나가는 가속력을 느끼고 싶으세요? 100만원만 지불하세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당신의 차가 새로 태어납니다”라고요.

◇7. 당장의 SDV·OTA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일부 인포테인먼트 기능만이 아니라 차량의 물리적 기능까지 OTA로 개선할 수 있는 차량은 아직 테슬라 뿐입니다. 따라서 당장 업계에서 벌어질 일은 자율주행 경쟁보다는 SDV 경쟁, OTA 경쟁이 될 겁니다. 여기에서 뒤쳐진다면, 전기차 경쟁에서도 이기기 어렵고 그 이후에 벌어질 모빌리티서비스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SDV·OTA를 통한 전기차의 성능 경쟁, 그 이후의 단계는 진정한 모빌리티혁명, 즉 모바일혁명과 같은 각종 서비스 생태계의 폭발일텐데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애플이 아직 공식적으로 SDV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애플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는 이유일 겁니다. 이 얘기는 다음주 목요일 ‘최원석의 디코드’ 뉴스레터에서 자세히 다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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