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세탁소 하시며 누구보다 근면성실.. 장가도 갔으니 잘 살겠습니다

기자 2021. 4. 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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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아, 장가가기 전날은 집에서 자고 가라."

결혼식을 1주일 앞두고 미리 준비한 신혼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중, 아버지가 제게 전화로 하신 말씀입니다.

부모님 슬하에서 벗어나 10년 동안 혼자 살다가 결혼을 1년 남겨두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중 신혼집 준비로 며칠 집을 나왔는데, 아버지는 결혼 전 마지막 밤을 아들과 함께 보내고 싶으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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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빈아, 장가가기 전날은 집에서 자고 가라.”

결혼식을 1주일 앞두고 미리 준비한 신혼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중, 아버지가 제게 전화로 하신 말씀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에 곧바로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뒤 짐을 챙겨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부모님 슬하에서 벗어나 10년 동안 혼자 살다가 결혼을 1년 남겨두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중 신혼집 준비로 며칠 집을 나왔는데, 아버지는 결혼 전 마지막 밤을 아들과 함께 보내고 싶으셨나 봅니다.

막상 집에 도착해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는 저에게 아버지는 별다른 말씀도 하시지 않고, 평소처럼 TV를 보시다 저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봤습니다. 그냥 결혼 전 따뜻한 집밥을 한 번 더 먹이고, 아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부모님의 평범한 욕심을 알아차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밤이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세탁소를 운영하시는 아버지께서 직접 정성 들여 다려주신 예복을 차려입고 나와 부모님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장가갑니다.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살겠습니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꾸벅 엎드린 순간, 왈칵 눈물이 나서 한참을 그대로 엎드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못난 아들 하나 장가보내기 위해 근 30년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까요. 아버지는 약 20년 전 다니던 회사를 나오셔서 세탁소를 차린 뒤 주 6일을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일하시고도 새로운 지식을 쌓고자 주말마다 교육을 받으셨습니다. 그 교육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기능시험 감독관까지 되셨습니다. 뭐하나 끈덕지게 하는 것 없던 저에게 아버지는 누구보다 멋진 롤모델이었습니다.

어머니 또한 누구보다 부지런한 분이셨고, 항상 겸손과 근면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시던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을 집과 가게를 오가며 집안일과 가게 일을 함께 하시면서도,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주변 친구들과 자식 키우는 이야기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지, 내가 한 게 없다”며 늘 공은 자식의 몫으로, 과오는 기꺼이 당신의 몫으로 돌리셨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매일 아침 옷장에는 늘 새로 다려진 빳빳한 교복이 걸려 있었고, 새벽같이 회사를 나갈 때도,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올 때도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해주셨던 부모님의 정성 중 평범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런 부모님 아래서 자라면서 다 내가 잘해서 취업도 하고, 장가도 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부모님의 노력과 정성 덕분이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 이렇게 멋지게 키워주신 덕에 장가까지 갔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늘 제게 해주신 정성 그대로 매사에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좋은 것 많이 보고,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아들 이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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