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상하이차처럼..경영 실패 뒤 쌍용차 떠나는 마힌드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쌍용차가 또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12년 전 '악몽'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이번 회생절차가 2009년 때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위기가 닥치면 회사를 처분하고 떠나는 글로벌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까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15일 쌍용차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를 받아들이고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2009년 2월에 이어 다시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쌍용차의 회생절차는 12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쌍용차는 2009년 유가 급등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난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며 맞은 유동성 위기에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대주주가 쌍용차를 포기하는 점과 대주주의 경영 실패가 경영난을 불러왔다는 점은 2009년과 비슷하다.
2009년 1월 회생절차 개시 전 최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차는 자금난에 처한 쌍용차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하며 대주주가 된 인도 마힌드라 역시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4월 새 투자자가 나오면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출 것이라며 대주주로서의 위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에는 인도중앙은행(RBI)이 마힌드라의 지분 75%를 25% 수준으로 낮추는 감자까지 승인한 바 있다.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모두 위기에서 대주주의 경영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쌍용차를 처분하려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1조 2천억원을 쌍용차에 투자해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포하고 차량 30만대 생산을 약속했다. 하지만, 4년간 투자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연간 차량생산은 15만대에서 9만대로 뒷걸음질 쳤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차가 처음부터 기술만 빼 가고 철수하려는 먹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 신차 개발비가 3천억원임을 고려하면 상하이차가 1조2천억원 가치가 있는 신차 4대의 기술을 빼돌렸다는 주장이다.
마힌드라 역시 인수 당시 약속했던 신규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하이차 철수 당시 제기됐던 먹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인수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흑자 전환이라는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했고 2차례 유상증자를 통한 1천300억원 투입 외 신차 개발 등의 지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2016년 티볼리 플랫폼으로 만든 XUV300을 인도 시장에 출시하며 2019년 4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실적을 냈음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1월 쌍용차 흑자 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2천300억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산업은행에 약속했지만, 3개월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2016년을 제외하고 쌍용차의 적자가 지속됐지만, 마힌드라가 구조조정이나 대규모 투자는 물론 매각에도 나서지 않은 점을 보면 쌍용차의 미래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 없는 대주주의 무책임한 경영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마힌드라가 뭔가 가져가는게 있으니 그냥 있는 것이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2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 닥친 쌍용차가 그때처럼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 청산 위기에서 벗어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채권단은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을 부결했지만, 법원은 강제인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청산됐을 때보다 기업가치 높다는 점을 고려했고, 결국 마힌드라라는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으로 회생절차가 종료될 수 있었다.
법원은 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선임해 쌍용차의 채무 등 재산 상황과 회생 가능성을 판단한 뒤 회생절차 지속 또는 청산절차에 돌입한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회생절차 진행 중 인수·합병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또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쌍용차는 대규모 구조조정 등의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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