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교육시설 폭력 전수조사..'학생부 가해기록 삭제' 제도 재검토

김정현 2021. 4.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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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 심의·의결
폭력 실태 드러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경찰 신고
법 테두리 밖 서당 등 편법 운영 점검 후 행정처분
가해자 학교장이 법원에 접수하는 '통고제' 활성화
[세종=뉴시스] 경남 하동군 지리산 청학동 서당(예절기숙사). (사진=뉴시스 DB) 2021.04.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편법 운영 소지가 있는 서당 형태의 기숙형 교육시설에서 발생한 폭력 실태를 전수 조사한다.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는 후속 조치를 마련해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한다.

학교폭력을 계속해서 저지르거나 그 수준이 심각한 경우 학교가 바로 법원에 사건을 접수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 가해 사실을 삭제할 수 있는 제도 또한 교육계 의견을 다시 묻기로 했다.

교육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최근 경남 하동군 모 서당에서 집단 폭행·학대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 당국은 다음달까지 서당과 유사한 전국의 기숙형 교육시설에 대한 폭력 피해 실태 조사에 나선다. 시설에 살고 있는 청소년에게 폭력을 겪거나 지켜본 경험은 없는지 살펴본다. 조사 결과를 근거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신고 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서당 등 기숙형 교육시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함께 조사한다.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당은 건물 4개동 중 2동은 교육청 소관 학원으로, 학생들이 사는 다른 건물 2동은 지방자치단체 소관 집단 거주시설로 등록한 상태였다. 이와 같은 편법적 운영이 적발되면 행정 처분 등 엄정한 조치에 나선다.

또한 가능하면 이들 시설이 유사한 교육·수련시설로 편입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문제가 발생한 이들 서당은 현재는 개인과외교습자 또는 학원으로 등록돼 있다. 실제 운영되는 형태가 학원과 비슷하면 교육청에 학원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한다. 청소년 수련(이용)시설이나 대안교육기관 등록 또는 학교 설립을 유도할 수도 있다.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이 연일 사회에 충격을 주자, 정부는 가해 학생 선도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정부는 가해 학생의 폭력 행위가 무겁고 반복돼 학교 안에서 지도가 어려운 경우, 학교가 경찰·검찰을 거치지 않고 바로 관할 법원에 소년보호 사건으로 접수시키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른바 '학교장 통고제'다.

'학교장 통고제'는 현행 소년법 제4조3항 '죄를 범한 소년 등을 발견한 학교의 장은 이를 관할 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다. 이미 법이 마련돼 있는만큼 교육 현장에서 이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학교폭력심의 절차와 수사를 거치며 해결과 회복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가해 학생이 자신이 받은 처분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 지울 수 있는 제도는 다시 검토한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중 시·도교육청과 학생·학부모·교원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학교 폭력은 현행법을 보면 가해 학생 조치 정도에 따라 1호~9호로 나뉜다. 이 중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8호 전학은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학생부에서 지워진다. 다만 학교에서 전담기구 심의를 통해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도 있어 왔다.

정부는 매년 4~5월 학교폭력 재발 현황을 정기 조사한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한다. 가해 학생의 폭력 행위 횟수에 따라 특별교육 기간을 연장한다. 학교폭력 심의 과정에서 출석이 정지되면 교육을 반드시 듣도록 한다. 특별교육기관-학교가 가해 학생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도록 해 사후 관리를 체계화한다.

또한 학교폭력을 신속히 감지할 수 있도록 교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추진한다. 올해 3개교를 선정, 지능형 CCTV 운영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사 전문성 제고를 위한 학교폭력 전문수사관은 지난해 24명에서 추가 확대 운영한다. 소년법상 보호관찰처분을 강화하고, 학생 전담 보호관찰관을 120명 내외로 운영한다.

피해 학생은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회복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다.

올해 6월부터 학교장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반드시 분리시켜야 한다. 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에게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는 '위(Wee)클래스'와 '위센터'는 확대한다. 전문상담교사도 올해 600명 증원한다. 정부가 피해 학생의 상담을 돕는데 국고 등을 투입할 수 있도록 올해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피해 학생과 보호자를 위한 전담지원기관도 지난해 139개소에서 올해 147개소로 늘린다. 법무부 법률홈닥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법률 자문과 치료비·생계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에서 심리, 정서 상담을 돕는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학교 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방안' 주요 과제도 함께 점검했다. 학교폭력을 저질러 중징계를 받은 학생선수는 퇴학시키고 선수 등록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는 향후 차관이 이끄는 학교폭력대책실무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날 발표한 정책 과제를 점검하고 성과를 내도록 매년 4차례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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